['전통'에 빠지다②] "대중화" vs "또 반짝"..전통문화 인기, 남은 과제는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생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중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련된 음악으로 ‘K-흥’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범 내려온다’ 국악 밴드 이날치를 비롯해 래퍼가 출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간 전통주까지. 과거,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우리네 전통문화가 최근 젊은 층들 사이에서 ‘힙한’ 것으로 통하고 있다.
해외의 청춘들이 한국의 전통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케이팝(K-POP), K-콘텐츠가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해당 콘텐츠에 등장한 전통음식, 음악, 문화 등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한복, 국악이 등장하자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생겨났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K-좀비 열풍을 일으키자 해외 시청자들이 작품에 등장한 조선시대의 궁과 한복, 갓 등에 대한 흥미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별 사례들을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풀이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젊은 층의 관심 역시도 일부 장르 또는 세련되게 포장된 ‘퓨전’에만 한정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 예로 지난해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 흥했으나, 이것이 국악 전체의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 역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김희선 교수는 “이전에 국악을 바라보던 방식과 지금의 국악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르다. 한때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취급받고,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국악에 지금은 ‘놀랍다’, ‘왜 나는 진작 몰랐을까’, ‘쿨하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과거의 것이나 행위, 사람, 또는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등에 대한 시각이 다양해진 것이다. 사용하는 형용사들의 종류도 달라지지 않았나. 그 행위의 틀은 그대로지만, 시각이 달라진 것은 중요하다.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금의 관심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나가고, 나아가 지금의 관심을 확장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성공 사례가 아닌, 전통문화에 대한 산업적 접근이 이뤄져야 꾸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정성미 교수는 “전통’이라는 특성상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효과가 크다”라면서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제도로 만들어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설명처럼 문화재청에서 이뤄지는 전승 취약종목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되는 전통문화 청년창업 육성지원 사업 등 전통문화 전승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 관련 부처들이 한국 전통문화산업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지속성’에 대한 숙제가 꾸준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활동들이 초기 계획 단계와 이후 조금 진행하다가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어려움으로 그러하겠지만,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 한 부처만의 역량이 아닌 다부처 간 철저한 기획과 운영이 따라야 하는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곳이 명확하지 않아서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문화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중화, 산업화, 세계화는 항상 전통문화의 미션이었다.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진 적은 드물다. 지금의 관심도 실제 예술가들은 실감하지 못하거나 반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방향성을 꾸준히 가지고 갔어야 했는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통문화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달라졌다. 얼마 전에는 VR, AR을 전통문화와 접목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메타버스와 접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본질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가 많다. 전담하는 핵심 기관이 생겨 당장의 상업적 이득이 없을지라도 한 방향으로 사업을 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가장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악 열풍의 유의미함을 설명한 김 교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과 함께 예술가에 대한 지원의 꾸준함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도 관련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정교화돼 쏠림 현상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생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예술가가 예술가로 살 수 있게 한다면 꾸준히 좋은 결과물들은 나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예술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지속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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