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난감 재택근무③] 직원들 "재택하니 협업·생산성 좋아져" 답변에 경영진은 "모르는 소리"

강나훔 2022. 7. 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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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소통 문제 없다" VS "창의적 협업 막는다" 갑론을박
월가(街)·테슬라는 "재택하고 싶다면 회사 떠나야"
전문가들은 "주 5일 풀타임 출근하던 시대 끝났다"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감시 논란부터 비용 부담 갈등까지, 재택근무에서 파생된 갈등 요소들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아직 재택근무라는 제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해 노사는 물론 나라별, 업종별로도 생각과 입장이 갈린다. ▶[관련기사] '대략난감 재택근무'

이중 재택근무 도입과 관련한 노사의 입장차는 꽤나 뚜렷한 편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생산성 향상과 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업 경영진은 멘토링, 협업이 어려워 진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차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재택 근무자들은 "생산성 높아지고 동료들과 협업·소통 더 좋아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캡릴로(caprelo)가 1100명의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격근무 이후 업무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재택근무를 유지할 경우 급여를 삭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기업에서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할 경우엔 59%가 다른 국가로 이주하는 것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직장인들이 얼만큼 재택근무를 원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응답자 중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다른 지역대비 저렴한 생활비가 64%로 가장 높았다. 이 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7%였고, 스포츠 등 취미 생활 확보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38%였다.

국내 직장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취업포털 리크루트가 국내 직장인 8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재택근무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불과 5.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재택근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선호하는 재택근무 비중을 묻는 질문에는 주 2회(4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 3회(23.3%), 주 1회(17.6%) 순이었다. 전일 재택근무를 꼽은 이들도 7.1%나 됐다.

재택근무 찬성자들은 제도의 장점으로 생산성 향상과 소통을 꼽았다. 미국 직장인 응답자 중 58%가 원격으로 작업하는 동안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고, 국내에선 응답자의 약 60%는 재택근무 시 사무실 출근보다 협업과 소통이 편했다고 응답했다. 흔히들 재택근무 도입시 우려하는 생산성 저하, 소통 단절 등에 대해 직장인들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영진들은 "창의적 협업 가로막고 업무에 집중 못하더라"

그러나 경영진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의 경우 금융권과 월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모든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명하면서 "식당에 갈 수 있다면 사무실도 나올 수 있다. 뉴욕 물가로 월급을 받고 싶다면, 뉴욕에서 일하라"고 엄포를 놨다.

월가가 이런식으로 사무실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교육과 멘토링, 협업 등이 재택근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신입사원들이 원격으로 입사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이들이 직접적인 멘토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역시 “재택근무는 직원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직원들의 창의적 협업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인사는 아니지만 재택근무 반대론자를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테슬라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무실 출퇴근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원격 근무를 원하는 사람은 최소 주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테슬라를 떠나야 한다. 이는 우리가 공장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적다"고 했다. 이어 출근과 관련해 "반드시 테슬라 본사여야 하고 업무와 관련 없는 원거리 지사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의 모든 회사가 꺼려하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를 ‘당근’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스위스 UBS는 전체직원 7만2000명 중 트레이더, 지점근무자 등 사무실 근무가 필수적인 보직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 평생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씨티그룹도 일주일에 이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재택근무를 꺼리는 다른 금융계 회사들과 대비되는 것으로, 업계에선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수 인력 확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세상은 변했다. 주 5일 출근해 풀타임 근무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IT업계는 그나마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금융업계보다 훨씬 부드러운 편이다.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는 재택근무를 앞으로도 영구히 허용하기로 한 상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우리는 지난 1년간 어디에서나 좋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특히 원격 비디오와 가상현실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대규모 원격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사무실 출근 방식으로 회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표 IT기업들을 필두로 재택근무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부터 임직원들이 주5일 전면원격(R타입·Remote-based work) 혹은 주 3일 이상 출근(O타입·Office-based work) 중 하나를 골라 일하는 ‘커넥티드워크’ 제도를 실시한다. 카카오는 오후 2시~5시 집중 근무시간을 설정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는 파일럿 근무제를 시작했다. 이밖에 국내외 수많은 IT기업들이 거점오피스, 하이브리드 근무, 메타버스 근무 등 새로운 근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재택근무가 기술 분야 회사에선 '뉴노멀'일 수 있지만 상당수 기업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코로나 팬데믹이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는 게 대다수 교수·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동자 뿐만 아니라 기업이 이미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랜시간 재택근무제도를 연구해왔던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 5일 출근 강제는 고용과 다양성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직원에게 주 5회 출근을 요구하면서 사무실 복귀를 원한다면 큰 실수다. 주 5일 출근해 풀타임 근무를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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