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충청 조폭형제..'5시간 피해진술' 증거 안된 이유 [그법알]

김수민 2022. 7.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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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54] 父 도 조폭 두목, 형제도 조폭, “아가씨 넣지마라”

충청도의 한 무시무시한 형제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조 형씨와 조 동생씨(각각 가명)라 칭하겠습니다. 조폭 ‘○○식구파’ 소속인 이 형제는 함께 유흥업소를 운영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살벌한 조선족 조폭 역할. ※본기사와 무관함[사진 각 영화사]


아버지가 과거 유명 조직폭력 조직의 두목이었던 이 형제 중 형은 해당 지역의 유흥업소 사장들은 대부분 속해있는 유흥협회 모임의 회장이고요. 동생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방조죄 전과가 있습니다. 그 영향력에 해당 지역 업주들은 속된 말로 ‘쫄아’ 있었죠.

그러던 중 이들은 보도방(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 등에 접대 여성을 공급하는 업체) 사장들을 대상으로 “특정 업소에는 아가씨 넣지 마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 물건까지 집어던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서 관리를 명목으로 이른바 ‘보호비’도 요구합니다. 그렇게 업주 5명으로부터 장기간 받아낸 돈이 12억5900여만원에 달한다네요.

이 중 형은 단란주점에서 자신이 부른 아가씨가 없다고 하자 여주인들을 향해 “개같은 X들아”라면서 유리 재떨이와 전화기 등을 집어던진 혐의를 받습니다. 새벽 식당에서 밥을 먹던 보도방 사장들을 발견하고는 쇠젓가락과 소주병, 유리냄비 등을 집어던진 혐의도 있습니다.

또 한 유흥업소에서 실장의 영업 끝났다는 말에 “이런 개X같은 X, 사장 오라고 해”라면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얼굴을 때리고, 불려 달려온 사장에게도 “나 ○○ 조형이여, 싸게 팔지 말라고, 걸레같은 X아”라고 욕을 하며 때렸습니다. 사장은 뇌진탕 등 상해도 입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이 형제들에게 집행유예 없이 각각 징역형이 선고됐답니다.


여기서 질문


그런데 피해자들이 피해를 진술한 영상 증거, 약 35분이 잘렸습니다. 증거로 인정될까요?

관련 법률은


형사소송규칙은 제134조를 뜯어보면 어떤 영상이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도방 업주나 유흥업소 실장들이 해당되겠는데요. 피해자들이 영상녹화에 동의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고 기명날인이나 서명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합니다.

조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조사가 끝난 시점까지 전 과정이 영상녹화돼야 하고, ‘영상 녹화 되고 있다’ 고 미리 알려야합니다. 고지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시작하고 마친 시간과 장소도 알려야하고,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의 이름과 직급, 조사를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했을 때는 이유와 시간 등도 알려야 합니다.


법원 판단은

형제들은 이 일부분이 잘린 영상들을 재판에서 증거로 쓰면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려운 말로는 ‘실질적 진정 성립’을 부정한 것인데요. 쉽게 말해 영상이 잘렸으니까 재판에서 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증거는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요? 1‧2심은 “약 35분이 녹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5시간 동안의 영상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면 오히려 형사 사법 정의 실현에 반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중앙포토]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7일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들의 진술을 녹화하기 전에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열람 과정 일부와 조서에 날인 또는 서명하는 과정도 녹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 엄격하게 본 것이죠. 그건 녹화되지 않은 부분이 조사시간에 비추어 짧다거나 진술이 일관됐다고 해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도 짚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형제들이 감옥에서 보내는 날들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범행을 입증할만한 다른 증거들이 많았거든요. 이들은 대법원에서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 6월이 확정됐습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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