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보다 노태우 데드크로스 더 빨라" 보도는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간 단위 직무 수행 평가. 7월 1주 조사에서 부정 평가(49%)가 긍정평가(37%)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자료 출처 : 한국갤럽 자체 조사. 매주 화~목 조사. 유효표본 약 1000명. 표본오차 3.1% 포인트 (95% 신뢰수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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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대상] "윤석열보다 노태우 데드크로스가 더 빨랐다" 언론 보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50일도 안돼 직무 수행 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안에서 긍정 평가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지난 1988년 2월 취임 직후 한 달 만에 '데드크로스(Dead-cross)'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지난 5일 칼럼([이기수 칼럼] '윤석열의 두 달, 먹고살 만하십니까')에서 "취임 50일 만의 데드크로스는 노태우 정부에서만 한 번 봤던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등 일부 언론도 지난 2018년 12월 "(데드크로스가) 가장 빨리 온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으로, 취임 1개월 만에 부정 평가율이 긍정 평가율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데드크로스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빨랐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역대 최저 득표율 당선' 노태우, 2분기에 '골든크로스'
'데드크로스'는 원래 주식시장에서 쓰는 말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의 긍정 평가(지지도)가 하락해 부정 평가 밑으로 하향 돌파하는 현상을 말한다. 거꾸로 긍정 평가가 상승해 부정 평가보다 높게 상향 돌파하는 현상이 '골든크로스(Golden-cross)'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이후 6월 중순까지 각종 여론조사업체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줄곧 우세했지만, 6월 말 들어 오차범위 내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연이어 발생했고 7월 들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0~24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긍정 46.6% - 부정 47.7%'로 오차범위 안에서 부정이 조금 앞섰고, 6월 24~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도 '긍정 46.8% - 부정 47.4%'로 비슷했다.
6월 28일~30일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긍정 45% - 부정 51%'로 역시 오차범위 안이지만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 6월 5주(28~30일) 조사에서는 '긍정 43% - 부정 42%'로 오차범위 안이지만 '데드크로스'는 면했다.(관련보도 : 윤 대통령 지지율 또 데드크로스... 50대·중도층·PK의 이탈 http://omn.kr/1zmuj)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초반 긍정 평가가 더 높은 흐름을 이어가다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지지도가 떨어져 부정 평가에 역전 당하는 현상이 계속 반복됐다. 하지만 이같은 데드크로스는 대부분 임기 중반인 2, 3년차 이후에 주로 발생했고, 임기 첫해, 그것도 '허니문'으로 불리는 1분기 이내 발생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 달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일까?
한국갤럽은 지난 1988년부터 2011년까지는 분기 단위로, 2012년부터는 주간 단위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지난 7월 1일 발표한 '역대 대통령 취임 후 첫 분기 직무 평가' 자료에 따르면, 노태우의 경우 취임 1년차 1분기 직무 평가(1988년 3월 조사)에서 '긍정 29% - 부정 46%'로, 긍정 평가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고, 부정 평가가 더 앞섰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 2018년 8월 과거 기록물에서 발굴하기 전까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자료다. 이보다 앞서 취임 직후 긍정 평가가 더 높았던 다른 조사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3대 노태우. 2년차 2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1988년 1분기 첫 분기 조사 결과는 2018년 8월 과거 기록물에서 발견(분기 내 여러 조사 결과의 중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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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지난 1988년 7월 31일 <조선일보>와 함께 발표한 1차 정치지표 조사에서도 '긍정(잘함) 53.4% - 부정(못함) 24.9%'로 긍정 평가가 2배 이상 앞섰다. 이같은 추세는 그해 12월 19일 조사(긍정 41.1% - 부정 27.0%)와 1989년 2월 10일 조사(긍정 45.1% - 부정 25.3%)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989년 4월 21~23일 조사에서 '긍정 28.4%- 부정 40.5%'로 부정 평가가 더 앞서는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당시 부정 평가 이유로는 '우유부단과 자질부족', '5공비리청산 미흡' 등이 꼽혔다(<조선일보> 1989년 5월 3일자 "노 대통령 잘못하고 있다" 40.5%)
한국갤럽 "노태우 첫 데드크로스는 2년차 2분기에 발생"
한국갤럽 여론조사 담당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데드크로스를 긍정 평가에서 부정 평가로 역전된 걸로 정의한다면, 노 대통령 1년차 1분기 조사 결과가 아닌, 2년차 2분기(1989년 4월 조사)에 역전된 게 첫 데드크로스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13대 대선에선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는데 상대적으로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돼 (여당의) 정당 지지도와 대통령 지지 성향도 낮은 상태에 출범했다"면서 "이후 88올림픽과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1988년) 2분기부터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1987년 6월 민주 항쟁 이후 치른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는 36.64%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했다. 당시 단일화에 실패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28.03%)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7.04%) 두 야당 후보 득표만 합쳐도 과반이었다.
▲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4대 김영삼. 3년차 2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분기 내 여러 조사 결과의 중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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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5대 김대중. 3년차 4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분기 내 여러 조사 결과의 중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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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통령들은 노태우와 달리 임기 초반 비교적 높은 지지 속에 출범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과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첫 해 1분기에 각각 '긍정 71% - 부정 7%'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김영삼은 임기 중반을 넘긴 3년차 2분기, 김대중도 3년차 4분기가 돼서야 비로소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6대 노무현. 1년차 2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분기 내 여러 조사 결과의 중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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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7대 이명박. 1년차 2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2011년까지는 분기 내 여러 조사 결과의 중위수. 2012년 이후는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매주 조사의 분기별 평균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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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첫 분기는 '긍정 52% - 부정 29%'로 긍정 평가가 우세했지만, 바로 다음 분기에 '긍정 21% - 부정 69%'라는 큰 격차로 뒤집혔다. 2008년 5월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재개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 영향으로 취임 3개월도 안 돼 긍정 평가가 20%대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2년차 4분기에는 긍정 평가가 다시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했지만, 4년차 1분기에 다시 데드크로스가 이어졌다.
박근혜 1년 4개월, 문재인 1년 8개월 만에 첫 데드크로스
▲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8대 박근혜. 2년차 3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5년차는 탄핵으로 조사 안함.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매주 조사의 분기별 평균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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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9대 문재인. 2017년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함. 3년차 2분기에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4년차 1분기에 골든크로스 발생했다, 4년차 3분기에 다시 데드크로스로 이어졌다.(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매주 조사의 분기별 평균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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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분기(한국갤럽, 2017년 6월 평균)에는 '긍정 81% - 부정 11%'로 긍정 평가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첫 데드크로스는 주간 단위로는 취임 1년 8개월 만인 2018년 12월 셋째주(한국갤럽 주간 조사, '긍정 45% - 부정 46%') 처음 발생했다.
다만 분기 단위로는 임기 중반인 3년차 2분기에 처음 발생했고, 4년차 1분기에 다시 긍정 평가가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말인 4년차 3분기에 다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지만, 임기 마지막 분기 '긍정 42% - 부정 51%'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긍정 평가가 가장 높았다.
윤석열, 6월 말 데드크로스 후 간격 더 벌어져
20대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 5월 취임 첫 주 '긍정 52% - 부정 37%'로 긍정 평가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으나, 6월 중순 이후 격차가 점차 줄어들어 6월 5주차에 '긍정 43% - 부정 42%'로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다만 분기 단위로는 첫 분기(2022년 4~6월) '긍정 50% - 부정 36%'로 여전히 긍정 평가가 우세하다(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한국갤럽은 "윤 대통령도 1분기(5~6월 평가 평균)는 긍정 평가가 우세해 (분기 단위로는) 데드크로스가 가장 빨리 왔다고 단정할 수 없고, 2분기 조사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말 오차범위 내인 1%p 안팎으로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던 다른 국정 수행 평가의 경우 7월 들어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10%p 안팎까지 벌어졌다.
리얼미터(6월 27일~7월 1일) 조사는 '긍정 44.4% - 부정 50.2%', TBS가 의뢰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7월 1~2일)에서는 '긍정 42.8% - 부정 51.9%', 뉴스핌이 의뢰한 알앤써치 조사(7월 2~4일)는 '긍정 42.6% - 부정 53.0%'로, 부정 평가가 각각 5.8%p, 9.1%p, 10.4%p 앞섰다. (관련 보도 : 대통령 지지율 긍정 42.6%, 부정 53.0%... 60세 이상·TK 외 모두 돌아섰다 http://omn.kr/1zoim)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검증결과] "윤석열보다 노태우 데드크로스가 더 빨랐다"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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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
"윤석열보다 노태우가 '데드 크로스' 더 빨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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