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후순위로 밀리는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카카오 공동체라면서 '패싱'"
본사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공지.."카모 직원 패싱"
노조, 반대 서명운동 재개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성장'을 위해서 뛰었는데, 카카오는 '상장'만을 위해 달리는 것 같다."
카카오 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경영진과 긴급 회동을 가진 뒤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단체 행동을 잠정 보류한지 1주일만에 카카오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카카오측이 모회사 직원들에게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를 매각해 2대 주주로 전환하겠다는 검토 계획을 밝혀 정작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매각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얻지 못했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배재현 CIO "10%대 지분 매각, 2대 주주 전환"
7일 업계에 따르면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사내공지를 통해 "카카오가 모빌리티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는 구조는 검토조차 해본 적 없는 루머"라며 "10%대의 매각을 통한 2대 주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고위급 책임자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구체적인 지분 매각 규모와 방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5%를 보유하고 있으며, TPG가 29.04%의 지분율로 2대주주, 칼라일 그룹이 6.21%를 가져 3대주주로 있다. 계획대로라면 MBK가 카카오와 TPG의 일부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고, 카카오는 50%이하의 지분으로 2대주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플랫폼의 독점 이슈가 제기되고 사회적으로도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 요구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배 CIO는 "카카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만큼 작고 민첩한 스타트업 이라기엔 너무도 커지고 무거워졌다"라면서 "분사를 통한 스타트업이 가진 강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러한 전략 또한 주주가치가 분산 된다는 여론이 높아 지속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 "패싱 당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배 CIO가 모회사 카카오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공지했다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각 이슈에 관심이 가장 크고 반대 또한 심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패싱’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A씨는 "카카오가 자회사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계속 ‘공동체’, ‘가족’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정말 가족이라면 다른 집으로 팔려가는 아들에 대해 최소한의 연민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매각 이슈가 불거진 이후 카카오의 그동안의 해명에 대해서도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직원 B씨는 "처음 매각설이 나왔을 땐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가, 이후 실사까지 진행된 것이 확인이 됐고 이제 와서는 2대 주주로 남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하고 있다"라며 "계속 거짓말로 직원들을 안심시켜왔다는 얘기인데, 경영진을 믿고 일했던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매각 대상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씨는 "사모펀드가 회사의 주인이 되면 장기적 성장에 집중하기보단 단기 수익성 개선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 노조 "매각 반대 투쟁"
카카오모빌리티 소속 노조원들은 매각 반대 투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노조는 전날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 판교 사옥 앞에서 매각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와의 단체교섭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후속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과 2차 협의를 앞둔 노조는 ▲모빌리티 경영진의 도덕적 책임 이행 ▲임직원과 사업 방향에 대한 검토·토론 진행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이행 경과 설명 ▲플랫폼노동자와 매각방향에 대한 논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협의테이블 참여를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 등 사측과의 1차 협의에서도 노조는 "사모펀드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사측은 "매각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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