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워지는데 식재료값까지" 폭염에 고물가..벼랑 내몰린 무료 급식소
"습한 날이면 더 힘들어" 이용객들 '시름'
6월 소비자물가 6.0% 상승,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식재료값 올라 반찬도 줄여" 무료 급식소 우려 목소리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어려워져..후원 줄기도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덥긴 하죠. 습한 날이면 유독 더 힘듭니다.", "기다리다 보면 진이 빠지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죠."
6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 급식소 앞에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사를 해결하러 무료 급식소를 찾았다는 최모씨(80)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닦았다. 최씨는 "올해는 유독 빨리 더워진 기분이다. 앞으로는 오전에도 이것보다 더워질 텐데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무료 급식소 앞에서 만난 김모씨(78)는 "그래도 요즘은 실내에서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코로나 한창 심할 때는 배식을 받아 갔는데, 날 더울 때 밖에서 먹으려면 밥 먹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이어 "덥고 지치지만 불평할 수 있나. 한 끼 해결하는 것도 일인데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 사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서울 한낮 기온은 32도까지 올랐으며, 체감 더위는 이보다 심하게 나타났다. 폭염과 장맛비가 반복되는 습한 날씨에 무료 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의 한숨도 짙어졌다.
여기에 연일 물가도 상승하고 있어 급식소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식재료값이 나날이 올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강소윤 총무는 "30년 동안 쭉 이어왔지만 요즘은 물가가 올라 정말 힘들다"며 "보통 때는 1만3000원 정도 하던 오이값이 8만원에서 심할 때는 10만원 대까지 오르니까 더울 때 해드리던 냉국도 못 해드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까도 시장에 갔는데 너무 비싸서 감당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6월 소비자물가는 6.0%를 기록해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동월 대비 6.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3%대로 올라선 이후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3월(4.1%)과 4월(4.8%)에는 4%대를 기록했으며, 5월(5.4%) 5%대를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6%대까지 올라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재료값도 연일 상승해 밥상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0.3%)과 채소류(6.0%)를 중심으로 4.8% 상승해 전월(4.2%)보다 오름폭 커졌다. 특히 돼지고기(18.6%), 수입소고기(27.2%), 배추(35.5%), 수박(22.2%) 등의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식재료값이 상승한 탓에 30년 동안 반찬 가짓수를 유지해온 무료 급식소는 반찬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강 총무는 "보통 반찬을 세 가지는 준비했는데, 상황이 너무 여의치 않으니까 두 가지만 남았다"며 "날도 더워지고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달걀이나 돼지고기, 두부 같은 단백질 있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드리고 싶은데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물가도 오르고 경기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걸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비롯해 정부 지원 없이 민간 후원에 의존하는 무료 급식소는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경기가 어려워진 탓에 후원도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 측은 일주일에 한 번가량 돼지고기 등 고기류를 반찬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후원이 줄어들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따금 후원이 들어오는 날이면 봉사자들의 마음도 한결 놓인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 관계자는 "오늘같이 후원이 들어오는 날이면 고기나 두유를 제공하기도 한다"며 "하도 상황이 어렵다 보니 이런 날이 참 감사하다가도 언제쯤 경기 상황이 진정될지 걱정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약까지 먹였는데…골프광 남편, 같은 아파트 사는 유부녀와 바람났다" - 아시아경제
- "미아리서 몸 판다" 딸 유치원에 문자…숨진 채 발견된 엄마 - 아시아경제
- 빅뱅 대성 '유흥업소 논란' 빌딩, 654억 '대박' 터졌다 - 아시아경제
- "이걸 엉덩이에 넣는다고?"…매달 '이것 정액 주사'에 1800만원 쓴다는 브라질 모델 - 아시아경제
- 4억 들인 헬스장 '전세사기'…양치승 "보증금 한 푼 못 받았는데 무혐의" 격분 - 아시아경제
- "아무리 연습이어도"…옥주현 길거리 흡연 논란에 '시끌' - 아시아경제
- "'깨'인 줄 알고 먹었는데, 충격"…닭한마리 국물에 벌레 '둥둥' - 아시아경제
- "그냥 죽일 걸 그랬다" 음주운전 하다 승용차 박고 막말 쏟아낸 BJ - 아시아경제
- "여자가 날뛰는 꼴 보기 싫다" 김여정 비난했던 일가족 '행방불명' - 아시아경제
- 스타벅스 아니었네…출근길 필수템 '아메리카노' 가장 비싼 곳 어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