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싫어요"..단식투쟁에서 불매운동으로
프랑스 파리 이어 한국 대학가도 '불매'
"여성인권도 열악한 근무 환경"
“노동자 인권 보장하라” 포켓몬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SPC가 노동 인권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SPC의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사측에 휴게 및 휴무시간 보장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단식 투쟁으로 시작된 이 사태는 최근 프랑스 파리 매장 앞에서의 집회를 비롯해 국내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SPC는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받지 않고 있다
사건의 전말
불화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PC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각 가맹점에 카페·제빵기사를 공급했다. SPC파리크라상은 협력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제빵·카페기사를 교육 및 지휘하였고,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제빵·카페기사를 공급하는 도급계약을 맺었다.
고용노동부는 SPC파리크라상이 파리바게뜨에 카페·제빵기사를 불법 파견했다고 판단했다. 또 협력업체 소속 카페·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했다. 2018년 1월 SPC 노사, 정당(민주당을지로위원회, 정의당 비상구), 시민대책위 등이 참여하는 협의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제빵·카페기사를 자회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대신 3년 내 본사 직원과 동일임금을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시정하는 등의 11개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5년이 지난 현재 SPC는 사회적 합의 11개 항목 중 2개 항목만을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행한 두 가지는 △제빵사가 고용되는 해피파트너스를 파리크라상의 자회사로 한다는 점 △사회적 합의안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 각자가 고용노동부에 행정적, 사법적 조치 유예를 신청한다는 부분이다. 이외 △부당노동행위 시정 △근로계약서 체결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노사의 사회적 책임 수행 △원만한 합의 이행 위한 지원 등 5가지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임종린 지회장은 53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파리바게트노동자의 친구들’을 결성해 SPC본사 앞에 있는 농성장을 지키기도 하고 SNS를 통해 파리바게뜨 제빵사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대학생들도 각 학교 내 대자보를 통해 불매운동을 호소하고 있다.
217개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너머서울은 6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사측이 노조와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지난 6월 7일 프랑스 노총에서 파리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SPC를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며 “SPC의 노동자 착취는 국제적인 움직임을 만들 정도로 이미 소문났다. 수습하는 방법은 하나다. 노동자들 만나고 해결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민기 학교밖청소년 대한학교 교장은 “2022년 파리바게뜨 매장이 전국에 3500여 곳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읍면동 주민센터가 3512 곳이다. 전국 모든 읍면동마다 있다고 볼 수 있는 국민 매장”이라며 “그런 곳인 만큼 노동자들이 제때 밥 먹고 아픈 날은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는 일터로 바뀌길 바라본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인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들에 따르면 2018년 8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43명을 대상으로 근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 80.7%가 몸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했다고 밝혔다. 또 2017년 한 해 동안 임신한 적이 있는 제빵기사 14명 중 7명(50%)이 자연유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 직장인 연간 유산율 23%의 약 2배다.
성별임금격차도 44.3%에 달한다. 올해 3월자 SPC삼립 분기보고서를 보면 SPC 사무‧점포 분야 연간급여 총액은 여성은 468만원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약 1068만원이었다. 남성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 4개월, 여성은 4년이다.
여미애 너머서울 젠더팀장은 “파리바게뜨의 제빵‧카페 노동자 대다수는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다. SPC그룹이 외면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은 한국 사회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맞닿아 있다”며 “제빵기사들의 요구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이어 가야 할 정도로 과한지 묻고 싶다. 일부 가맹점주의 문제라고 핑계 댈 것이 아니라 노동인권이 보호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 먼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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