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백신' 글로벌 제약사에 100% 의존.. 만성적 수급 불균형
A씨(55세·여)는 방광암 판정 후 BCG 치료를 받고 있는 시어머니를 위해 매번 1시간30분 거리의 대학병원에 가야 했다. 그때마다 연차를 내기가 힘들어지자 방광암 치료가 가능한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BCG 수급이 어려워 불가능할 것 같다”였다. 가까운 병원 몇 군데를 더 연락해봤지만 비슷한 실정이라고만 했다.
2014년부터 의료계가 제기했던 ‘BCG’ 백신 물량부족 문제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BCG 백신은 결핵균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방광 내 주입하는 BCG 치료는 수술 후 재발이나 진행을 막기 위해 투여하는 표재성방광암 표준치료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자주 사용되는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전량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06년 당시 사노피가 생산을 중단한 후 MSD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BCG 치료제(상품명 온코타이스) 공급자가 됐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여러 이유로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고, 2014년 말부터 물량확보 문제 등으로 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인 공급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당시 언론을 통해 공급부족이 보도된 이후 MSD가 생산능력을 100% 이상 상향, 제조시간을 40% 단축하는 등 시설투자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대학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 지방 병원에서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암환자 커뮤니티에 후기글을 게재한 한 누리꾼은 “창원쪽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았지만 BCG 치료까지 3~4개월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수소문해서 서울권으로 전원을 결정했습니다. 확실히 서울은 BCG백신 수급이 지방보다 원활한가봐요. 지방에서 BCG 수급 부족으로 연기되시는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서울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권 대학병원 역시 BCG백신 물량은 항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족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난만큼 병원 측에서도 융통성 있게 환자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BCG백신 수급은 제약사측 배분에 달려있다. 한 달에 한번 제약사 측에서 국내 공급량을 발표하고, 병원별로 그 달 투여 예정 환자를 뽑아 회사 측에 신청한다. 매달 공급량이 다르고, 또 신청한 대로 100%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부족한 경우 일부 환자 예약을 미뤄야하니 그것까지 고려하고 신청 물량을 정한다. 전원을 오거나 신환이 온다 해도 빠른 시일 내 시작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제약사측에서도 물량 배분을 크게 주지만 중소병원이나 지방병원은 수급되는 양이 매우 부족하다고 들었다. 수급 부족 문제는 오래된 얘기지만 병원들이 맞춰서 치료를 진행할 뿐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수급 문제가 지속되자 2014년 질병관리본부와 GC녹십자가 협력을 맺고 국산 피내용 BCG 개발에 나섰지만, 2021년 출시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팬데믹 여파로 임상3상 시작이 늦어졌다.
결국 GC녹십자는 화순 백신공장 내 BCG백신 생산 및 품목허가 추진 일정을 2023년 5월 31일로 변경했다. 이로써 BCG백신 공급 물량 확보는 1년 더 미뤄지게 된 것이다.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6일 “해당 문제는 실상 보험가를 올려주는 게 확실한 해결법이다. 현재 BCG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MSD 등 외국 기업들도 단가가 너무 낮아 오히려 판매 자체가 손해인데도 도의적 차원에서 약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대로는 국내에서 BCG 백신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물량에는 한계가 있다. 용도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식의 보완책으로 회사가 생산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 문제를 대신해 BCG백신 방광 내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약물로 젬시타빈을 고려할 수 있다. 제네릭도 많고 최근 보험적용이 돼 BCG 치료가 어려울 경우 적용받을 수 있다”며 “지방 거주 환자라면 BCG 치료가 연기된다고 서울로 올라오기보다는 담당 의사와 논의해 젬시타빈과 같은 다른 약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본다”고 전달했다.
한편, MSD는 2020년부터 BCG백신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MSD 관계자는 “예기치 않게 유일한 제조·공급 회사가 된 이후, 글로벌 수요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긴 어려웠다”며 “공급량을 크게 늘리고자 현재 새로운 제조 시설을 확충 중이며 보다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위해서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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