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장마에 말라리아 환자 급증
2019년 OECD 국가 중 발생률 1위
"北과 공동 방역 필요..발생 패턴 연구도 부족"
여름철 들어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몇 안되는 말라리아 발병 국가다. 보건당국은 퇴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6일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77명이었다. 말리라이 환자 수는 지난 4월까지 계속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5월 들어 두 자릿수(30명)로 훌쩍 뛰었다. 지난달 말라리아 환자 수는 전년 동월(59명) 대비 보다 많다. 이로써 올해 들어 발생한 환자는 124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가 경기 파주시에 이어 고양시에서도 발견됐다.
한국은 2019년 559명,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기, 인천, 강원 휴전선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 추정 감염 지역은 경기도가 330건으로 66%(2018년 기준)에 달한다.
서서히 발생하는 발열과 권태감이 말라리아 초기 증상이다. 이후에는 오한, 발열, 발한 후 해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하지만 중증말라리아(대부분 열대열 말라리아)는 치사율이 성인 20%, 소아 10%에 달한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말라리아는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꼽힌다. 2020년 기준 85개국에서 약 2억4100만명의 말라리아 신규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약 62만7000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2019년까지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 국가였다. 2020년 콜롬비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WH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말라리아 발병률은 콜롬비아가 9.4명이다. OECD 국가 중 멕시코 0.13명, 한국 0.099명, 코스타리카 0.05명으로 집계됐다.
왜 이렇게 국내 말라리아 퇴치가 쉽지 않을까. 천병철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북한과 공동 방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들이 북쪽에서 많이 날아온다. 남한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DMZ를 중심으로 북한과 공동으로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조사하고 퇴치 작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말라리아 공동 방역 사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됐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며 2012년 이후 중단됐다. 남한 말리라아 환자의 80% 이상이 북한 발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북이 공동방역을 시행했을 당시에는 남한 접경지역 말라리아 환자 수가 2007년 1616명에서 2013년 339명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말라리아 매개체에 대한 선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형욱 한국방역학회 초대 회장(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최근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또 6월 강수량이 많아 얼룩날개모기 서식 조건이 좋아졌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병원을 찾지 못했던 말라리아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서 최근 환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심이 줄어든 측면은 있지만 말라리아는 에이즈, 결핵과 함께 세계 3대 질병으로 매년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는 중대한 감염병”이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정확한 매개체 발생 패턴, 감염 전파력, 방제방법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치료제를 포함해 매개체와 환자 간 상호관계 파악 등 보다 적극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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