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금피크제로 연봉 중복삭감..고용장관 "적극 시정하라"
정부가 임금피크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이중삭감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이중삭감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깎으면서 노사 임금협상에 따른 임금인상률 적용에서도 제외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중복으로 감액하는 것을 이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임금피크제 이중삭감과 관련한 실태 및 법률 검토 보고를 받고 "고령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노동조합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편법으로 운용해 중장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임금체계의 하나로서 임금피크제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본지 보도(6월 8일 자 B2면) 이후 공공기관을 포함한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인상률 적용 방식과 관련, 세 가지 유형이 나타났다. ①단체협약에 임금협상에 따른 인상률을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명시한 경우 ②단체협약에 임금협상 결과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문화한 사례 ③단체협약에 임금인상률 적용과 관련된 조항이 아예 없는 경우 등이다.
첫 번째 유형은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감액만 있을 뿐 나머지 근로조건은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형태로, 법 위반 소지가 없는 온전한 임금피크제 운용에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이런 단체협약 조항을 가진 모든 사업장이 고용차별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에 따라 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한다.
노조 가입률이 10% 안팎으로 적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 단체협약의 일반적 효력 확장(비노조원에게도 단체협약 적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따라서 법 위반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만 이 경우 노조가 차별을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한다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가입률이 30%가 넘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정규직인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임금인상률을 적용하지 않으면 고용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고용부의 해석이다. 고용부는 이런 유형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적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율개선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세 번째 유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단체협약에 임금인상률 적용, 비적용 등의 조항이 아예 없다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임금인상률은 당연 적용된다는 것이 고용부와 학계의 판단이다.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인상률 적용 배제는 이 원칙을 위배한 것이 된다. 고용부는 이 경우 시정 명령 등 적극적으로 개선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임금인상률 적용을 보장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제법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의 경우 ②와 ③의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여 법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삭감 규모와 기간에 따라서도 차별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예컨대 2년 동안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감액하는 경우 임금인상률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차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고용부의 유권해석이다. 2년이면 임금협상 결과를 한 해만 적용하는 셈이어서다. 임금협상은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이 5년일 경우 4년 동안 임금협상 결과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임금인상률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20% 이상의 차이가 나고, 이는 차별 소지가 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이 제시한 과도한 삭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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