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인 탄소중립..K테크가 해결사 역할 할 것"

고석현 2022. 7. 7.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만 91살인데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도 겪었고, 오일쇼크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불확실하고 불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 5월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의 실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그만큼 탄소 중립 로드맵 수립과 구체적 실천이 절박한 이슈라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기후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한다.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탄소 중립 전환이 본격화하자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탄소 배출량 7억t(2019년 기준) 중 산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탄소 중립과 관련이 있는 기업 744개 회사를 조사했더니 10곳 중 9곳 가까이(87.8%)는 “탄소 중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가량(48.3%)은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비용 부담(37.9%) ▶현실적인 감축 수단 부족(37.3%) 등을 꼽았다. 기술 수준도 부족하다. 응답 기업 중 49.5%는 “세계 최고 기술과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탄소 중립을 추진할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민간 기업과 전문 단체, 에너지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탄소 어벤저스’가 머리를 맞댄 이유다. 산기협과 포스코경영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5일 국회에서 ‘탄소 중립 K-테크 포럼’을 발족했다. 탄소 중립 이슈를 논의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 기업들이 탄소 중립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상협

김상협 포럼 공동대표(KAIST 교수)는 이날 주제 강연에서 “탄소 중립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탄소 중립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질서 있는 전환’과, 과학과 이성에 바탕을 둔 정책 추진을 통한 ‘책임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지향점을 가진 국가들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과학기술과 혁신 역량을 갖춘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인 다니엘 옐긴 S&P 글로벌 부회장의 저서 『뉴맵』을 인용해 “산업계의 전략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미·중 패권 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 수요의 스케일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 탄소 배출 감축 시나리오

포럼에선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지영 LG화학 부사장은 “탄소 중립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지속적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다. 2050년까지 여섯 번의 정권이 바뀌게 될 텐데 기업 입장에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근 LS일렉트릭 기술최고책임자(CTO)도 “우리 독자 기술로 설계된 우리별3호를 쏘아 올린 게 1999년이다. 이후 2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한 결과 누리호의 성공이 있었다”며 “탄소 중립 정책도 이처럼 중장기 비전과 인내를 갖고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산·학·연 협력 확대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환경 분야는 특히 규제가 적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 인센티브 없이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책연구기관과 민간기업 R&D가 서로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역할을 명확히 하고,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계에선 관련 미래 산업 R&D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스케일업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예컨대 원자력 발전보다 4배나 규모가 큰 방사선 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KIST 원장은 “KIST는 일반 건물과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솔라페인트’(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도료)처럼 획기적인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고 소개했다.

구자균

구자균 포럼 공동대표(산기협 회장)는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자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적 난제를 ‘K-테크’로 극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일부는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탄소제거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탄소 중립 K-테크 포럼’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고 산업계 공유·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기협은 포럼에서 논의하는 내용을 국내 기업 51개사가 참여하는 ‘탄소 중립 민간 R&D 협의체’, 그리고 233개 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전환(DT) 협의체 ‘코디티’(KoDTi)와 연계해 실질적인 대안을 공유·확산할 방침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