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출마 결심은 응원.. 자격 판단은 동의 못해"

박소희 2022. 7. 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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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의도 돌아온 '동갑내기' 박성민 전 비서관 "출마 논란은 그냥 원칙의 문제"

[박소희, 남소연 기자]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2020년 8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깜짝 발탁'됐고, 이듬해 6월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또 '깜짝 발탁'됐다. 연이어 사람들은 그에게 많은 물음표를 던졌다. 그때마다 박성민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관련 기사 : 진중권이 저격한 청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겠다" http://omn.kr/1otcu)

2022년 7월 5일, 자연인으로 돌아와 서울시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성민 전 비서관은 다소 홀가분해보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새로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들이 가득 차 있었다. 2018년 6월 입당 후 지역 활동을 거쳐 중앙당 청년대변인 공개오디션 합격으로 '알아서' 자리를 찾아나가다 '발탁'으로 기회를 얻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춰봐도, 민주당에 제대로 된 청년인재 양성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박 전 비서관은 "차기 당대표는 인재 영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청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청년 당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토론부터 당헌당규, 당의 역사와 정체성들을 꾸준히 교육하고 이들을 실제 정치 현장에 투입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청년할당도 중요하지만, 청년양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6년생 동갑내기에 같은 여성인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흐름을 '함께' 만들어내는 동료가 될 수 있는 존재다. 박성민 전 비서관은 박지현 전 위원장이 당내 성비위와 관련해 온정주의 문화를 비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선거권 자격 미달 문제를 두고 '예외조항 적용'을 요구하는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는 고개를 저었다. "출마 논란은 그냥 원칙의 문제"라며 "(박 전 위원장에게) 이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는 못한다"고 했다.

"다만 이 사안이 감정싸움이 깊어지는 모양새로 가면 모두에게 좋지 않다. 다들 박 전 위원장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는 만큼, 당이 그를 더 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이 박 전 위원장이 외치는 말을 너무 외롭게 둔 부분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박지현 전 위원장을 더 품어야 하는 이유, 민주당이 청년인재 양성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이들이 당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박성민 전 비서관은 8월 전당대회에서 청년뿐 아니라 '97세대(1990년대 대학에 입학한 1970년대생)'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유력주자인 이재명 의원 또한, 민주당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비전과 가치를 내세워달라고 요청했다.

"박지현, 굉장히 부담이었을 것... '온정주의' 비판 인상적"

- 약 1년 동안 문재인 정부 청년비서관으로 일했다. 어떻게 지냈나.

"국무조정실에 새로 생긴 청년정책조정실과 함께 흩어져있는 청년정책을 다루는 사령탑 역할을 했다. 그 중에 심리상담비용을 지원해주는 '청년마음건강바우처'를 신설하고, '청년희망적금(2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정부가 저축장려금을 지원, 목돈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 정책을 추진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청년마음건강바우처는 원래 심리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고, 청년희망적금은 친구들에게서도 되게 반응이 좋았다."

- 좋은 경험을 쌓았지만 대중과는 다소 멀어졌는데. 

"일장일단이 있었다. 제게도 청와대는 호기심의 영역이었는데 직접 국정 운영을 경험하고 당과 청와대, 정부의 관계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저는 제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를 시작했던 사람이고, 정당에 있으면 댓글이든 집회든 국민들의 반응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데 반해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맞춰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고, 대통령의 말로 이야기되는 곳이더라. 앞으로 국민들과 많이 소통하고 싶고, 그런 기회를 많이 얻고 싶다."

- 그 사이 대선이 있었고, 민주당에는 '동갑내기 정치인' 박지현이 등장했다.

"지난 1일 '그린벨트(민주당 지방선거 청년출마자 모임)' 행사에서 처음 봤는데, 얘기는 많이 못했다. 동갑이기도 하고, 여성청년정치인이 당에 많지 않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비대위원장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무게를 짊어졌을 자리라 굉장히 부담이었을 것 같았다."

- 박지현 전 위원장의 어떤 행보가 제일 인상 깊었나.

"당의 온정주의를 지적한 부분이다. 민주당에서 성비위 사건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당이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당의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냐는 선택의 문제다. 민주당은 그 대목에서 많이 미흡했다. 또 TPO(때, 장소, 상황)가 문제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가 내놓은 '5대 혁신안'에선 고민이 엿보였다. 좋은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출마 결심은 응원했지만... 자격 문제는 원칙에서 어긋나"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그런데 최근 박지현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스스로 거론한 피선거권 자격 문제(입당 12개월 동안 6회 당비 납부)로 결국 전당대회 출마가 무산됐는데(인터뷰 다음날인 7월 6일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정식 안건은 아니지만 박지현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 문제를 다루며 만장일치로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고 정했다. - 기자 주).

"박 전 위원장은 대선 기간에 정말 많은 기여를 했고, 지방선거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그의 기여도를 긍정평가할 부분과 이번 출마에서 원칙적으로 어긋난 부분은 별개다. 출마 결심 자체는 응원하고, 좋은 도전이라고 봤다. 그러나 본인의 출마 자격을 판단하는 과정은 적절하지 않았다."

- 박지현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될 당시 이미 피선거권을 획득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더 따져봐야겠지만, 비대위원장은 임시직으로 영입하거나 내부에서 임명하는 것이고 선출직인 당대표와는 엄연히 다르다. 또 그때는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절차를 거쳤을 뿐인데, 이 절차로 피선거권을 받았고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은 너무 과도하다.

다만 이 사안이 감정싸움이 깊어지는 모양새로 가면 모두에게 좋지 않다. 당과 박지현 전 위원장이 만나서 얘기하는 상황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 전 위원장도 언론에 나와서 제기하는 문제를 당에 정당하게 물을 수 있고,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충분히 답변해줄 수 있다."

- 박 전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 결정이 '청년, 여성, 그리고 민주당의 쇄신을 말하는 사람을 허용하지 않고, 청년과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의하는가.

"음... 아마 박 전 위원장은 우리 당에 와서 정치경험이 적고 청년·여성이라는 이유로 답답함을 느끼고, 여러 가지 벽에 부딪쳤을 거다. 그게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이번에 큰 반발심이 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의도가 있는 억압'이라고 해석하는 일은 다르다. 이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동의는 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다들 박 전 위원장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지 않나. 그만큼 당이 그를 더 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할까.

"출마 논란은 그냥 원칙의 문제다. 룰을 바꾸는 등 시혜적 방식이 아니라 보다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또 비대위원장 시절 당내 인사 대 박지현의 대립이 많았는데, 민주당이 열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 의원 중에도 응원하는 분들이 있었을 텐데 티를 냈나.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이 외치는 말을 너무 외롭게 둔 부분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 당의 그런 면모가 '꼰대'이고 '폐쇄적'이라고 줄곧 비판받아왔지만,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흔히 586 세대라고 하는 권력의 주류가 바뀌지 않아서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가 잘 녹아들기 힘들다. 또 팬덤문화가 강해지면서 의원들이 정말 문자폭탄을 많이 받는다. 저도 그랬다. 이 경험을 계속 하다보면 치열하게 토론하며 당론을 만들고 합의하는 것 자체를 눈치보게 되고, 결국 다양한 이야기가 터져 나오지 못한다. 분명 문제다."

- 선거 패배 후 '원팀' 기조가 당내 민주주의를 저해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여당이라서' 그 목소리가 더 두드러졌다. 민주당이 정말 야당으로서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고, 오랜 겨울을 지나서 따뜻한 봄이 왔었다. 국민들이 당에 굉장히 큰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국회 180석 가까운 승리라는. 그것을 잘 지켜가고 싶어서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지 못했다. 내용을 떠나 '균열'로 비치는 틈을 허용하는 여유가 없었다. 토론이 죽었다." 

"청년정치 육성, 누구도 최우선 순위로 안 둬.. 그래서 새 당대표가 중요"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의 청년정치 양성 방식이 '발탁'만 거듭했다는 평가도 있다. 본인은 스스로 선택해 입당했고, 공개오디션을 거쳐 중앙정치에 입성했지만 당 최고위원과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방식은 '발탁'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당 대변인 오디션을 보기 전에도 지역위원회에서 대학생위원장을 1년 정도 했다. 그때 다른 지역과도 교류를 했는데, 다들 고민이 너무 많았다. 정치를 하겠다고 우리 당을 선택해서 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데 (현실정치의 기회는) 너무 멀어 보이더라. '정치인으로 잘 성장하고 있나'란 의문도 들고. 저는 운 좋게 그때 청년대변인 오디션이란 기회를 만났다. 하지만 중앙당 의사결정기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려고 하면, 중요한 논의할 때는 제게 다 '빠지라'고 하더라."

- 무엇이 문제였다고 진단하나.

"당에서 청년정치인들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걸 지속성 있게 실천해가는, 실행력이 있는 단위가 없다. 제가 혁신위도 하고 인재육성분과를 하며 의견서도 내봤는데, 논의는 치열하다. 하지만 이 논의가 계속 이어지려면 누군가는 돈을 쓰고, 기획을 하고, 뭔가 붙어서 해야 하는데 그럴 주체가 없다. 누구도 청년정치 육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다.

그래서 8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인재 영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청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게 돌아가도록 사람과 예산을 붙여야 한다. 민주연구원에서 청년교육한다. 당 교육연수국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고, 청년정치스쿨도 있다. 하지만 일회성에 가깝다. 당이 청년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당에 제안한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청년할당도 필요하지만, 청년양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얘기하고 있다."

- 그 맥락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민주당이 미래세대를 잘 키운다'는 신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동의한다. 또 가뜩이나 민주당이 지금 갖고 있는 (꼰대)이미지를 고려하면, 이번 사안이 원칙·사실관계를 떠나 세대 간 대결로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그리고 반드시 복기해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민주당의 유능함을 재검증받아야 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은 '잘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패배 요인을 직시 못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민주당은 입법에선 힘을 갖고 있으니, 정당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회에서 유능하게 일하는 모습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선악 구도'에 갇히면 위험하다. 국민에게는 '우리가 더 착해'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 이거 해봤으니 믿어달라'가 더 설득력 있다. 절대 선과 악의 구도로 민주화운동이 있었지만, 그 챕터는 끝났다. 민주당은 완전히 실용적인 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게 살 길이다. 또 민주당이 다양성을 품는다는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다들 문제라는 것은 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당내 갈등을 지나치게 균열로 치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대명'이어도 의미 있는 전쟁해야… 이재명도 마찬가지"

- 이런 논의가 전당대회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흐름 때문에 제대로 토론이 있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당권 도전은 거의 확실해 보이고, 지지율 변화도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는 진짜 중요하다. 민주당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97세대 여러 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그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어대명'이어도 '민주당에 이런 세대가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 정치인이 꼭 지금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될 수 있지 않나. (당권 주자들이) 새로운 전쟁터에서 의미 있는 전쟁을 했으면 좋겠다."

- 민주당 안에선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요구가 거세다.

"출마는 확실하다고 본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의원이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일이 굉장히 아쉬웠고, 그 아쉬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출마 명분이 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럼에도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본인의 모든 정치적 선택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시장과 도지사로서 보여준 역량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고, 대선을 거치면서 당원들이 그분을 더 알게 되면서 애정과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재명 의원은 '다 바꾸겠다'는 선언적 구호보다 자신이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득해내야 한다. 당대표 후보로서 판단받을 때, 적어도 이 선택이 명분 없는 선택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저는 당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과감한 질문들이 나오길 바란다. 어차피 대표가 된다고 해서 질문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2년의 방향키를 잡고 가는 자리인 만큼 그가 본인의 비전과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 본인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뜻은 없나.

"저요? (청와대 입성하며 탈당해서) 오늘 복당신청서를 내려고 한다. 원래 이번 전당대회는 생각도 없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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