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 현장르포

반진욱 2022. 7. 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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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도쿄 신주쿠역에서 오다큐 오다와라 급행선을 타고 10분을 내달려 도착한 세타가야구의 ‘시모키타자와’. 역 동쪽 출구로 나와 광장을 지나면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에서 꽤 유명한 번화가다. 다양한 카페와 맛집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과거 ‘경리단길’의 전성기 수준 인기를 자랑한다.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시모키타자와 상점가는 알고 보면 역사가 꽤 깊다. 1920년대에 처음 형성된 이래, 트렌드에 따라 모습을 바꿔왔다. 덕분에 100년여가 흐른 요즘도 상점가 고객은 줄지 않는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시모키타자와 상점가 진흥조합을 이끄는 오오츠카 토모히로 부이사장이 도쿄도 상점가 그랑프리 대회에서 개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초청을 받아 한국에서 직접 ‘전통시장 혁신 방안’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가 대형 유통 업체에 밀리지 않는 ‘강한’ 상권을 만든 비결은 뭘까.

시모키타자와는 도쿄 세타가야구 내에 위치한 상권이다. 서울에서는 경리단길과 비슷한 위상을 지녔다(위). 시모키타자와 내에서는 체인점, 프랜차이즈 가게를 만나기 힘들다. 가게 주인들이 직접 트렌드를 발굴한다. 사진은 한류 트렌드에 맞춰 개장한 ‘맛있는 라면 가게(아래)’. (반진욱 기자)
▶진흥조합의 강력한 ‘힘’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다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의 성공 배경에는 우리나라 협동조합과 비슷한 ‘진흥조합’ 제도가 자리한다.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 진흥조합은 일반 상인회와 달리 단순 친목 도모나 이권 대변을 넘어 상점가 경영을 진두지휘한다. 진흥조합에 가입한 점주는 주주가 되고, 상점가 운영과 관련된 건은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도쿄도상점가총연합회(토시렌·TOSHIREN) 관계자는 “도쿄도 전체에만 2500여개 상점가가 있다. 이 중 매년 결산보고를 하는 ‘진흥조합’은 4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상점가는 주식회사 수준의 경영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 진흥조합은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상권을 지켜왔다. 업종이나 가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해당 상점을 방문해 업종 변경을 권하거나 경영 방식을 지도한다. 최신 유통 뉴스를 취합한 정보지를 매달 조합원에게 돌려 트렌드 변화를 접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오오츠카 부이사장은 “대형 유통 체인이 상점가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찼지만, 이들이 조합 내 상점 매출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업종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원 주력 업종은 카페와 미용실이다. 설령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가 추가로 진출해도 끄떡없다. 조합 내 임원들 분석력이 대기업 분석력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모키타자와는 일본 인스타그램 내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반진욱 기자)
홍보도 진흥조합이 도맡는다. 지난해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조합이 나서서 인스타그램 셀럽을 초청, 가게로 안내하는 식이다. 아예 담당 직원을 따로 둘 정도다. 그 결과 시모키타자와는 일본 2030세대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한 상권으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서 ‘shimokitazawa’를 검색하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숫자는 66만개가 넘는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일본인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 수요까지 잡을 계획이다. 대형 관광지보다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외국 관광객이 많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터뷰 | 오오츠카 토모히로 시모키타자와 1번가 진흥조합 부이사장

ESG 마케팅서 SNS까지…상점 경영도 ‘대기업’처럼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는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카페를 비롯해 각종 빈티지 숍이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종종 들르는 곳이다. 전통시장 경영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벤치마킹 사례로써 활발한 연구가 이뤄진다. 오오츠카 토모히로 시모키타자와 1번가 진흥조합 부이사장에게 경쟁력을 갖춘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물어봤다.

Q 시모키타자와 1번가 상점가의 경쟁력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A ‘독특함’이다. 우리 상점가에 와야만 체험이 가능한 가게가 여럿이다. 시부야에서도, 신주쿠에서도 볼 수 없는 가게들이다. 업종이 같은 가게도 저마다 개성이 다르다. 카페를 예로 들어보자. 카페마다 스타벅스, 털리스(tullys·일본의 카페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되는 색다른 커피를 제공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와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

Q 상권이 뜨면서 임대료가 올라 부담을 느끼는 상인이 많지 않나.

A 최근 5년간 상점가가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해졌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임대료가 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곳 상점가는 건물들이 작다. 가게가 작으니 임대료 자체가 비싸지 않다. 그래서 월세가 올라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빈티지 용품점, 미용실 등 평수에 비해 매출이 높은 가게가 많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Q 대기업이 탐낼 만한 상권이다. 진출 시도가 꽤 많을 것 같은데.

A 상점가 주변에는 대기업이 많지만 내부까지는 진출하지 못한다. 물리적 한계가 있다. 앞서 말했듯 건물 크기가 작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건축 규제가 엄격하다. 건물을 크게 올리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상점가든 주택가든 건물 크기가 작다. 대기업 매장은 물품을 진열하려면 적정 평수가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상점가에서 대기업이 매장을 열려면 상가 2~3개를 매입한 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결국 여러 비용을 따지면 진출하는 게 손해다.

Q 진흥조합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진흥조합 임원은 보수를 받는 직책이 아니다. 무보수 명예직이다. 급여가 안 나오니 요즘 젊은이들은 진흥조합 경영진에 합류하기를 꺼려한다. 도쿄도 내 상당수 진흥조합이 겪고 있는 문제다. 어떻게 하면 젊은 가게 주인들을 진흥조합 활동에 적극 참여시킬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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