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률 5%' K-배터리..'무조건 투자' 끝났다 [심층분석]
[한국경제TV 김민수 기자]
<앵커>
잘 나가던 K 배터리 산업에 때 아닌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투자를 재검토한다는 내용까지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때마침 배터리 3사 주식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산업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전망은 여전히 좋은데 분위기는 왜 이런가요?
<기자>
'글로벌 영향력은 줄고, 투자 부담은 커졌다' 최근 K 배터리를 둘러싼 위기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생산기지 증설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 원, SK온은 15조 원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투자에 보수적인 삼성SDI도 연간 2조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다보니, 공장만 지으면 물량은 확실하니까 너도나도 투자에 나서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유가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투자 비용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의 전방산업인 전기차는 내구성 소비재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아주 큰 영향을 받거든요. 차를 안 바꾸고 더 타는거죠.
그러니까 지금 잘 나가는 전기차도 경기침체 영향을 받지 않겠냐? 수요가 줄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단독공장 투자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도화선이 된 느낌입니다. 위기라고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사안만 놓고 봤을 때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애리조나 단독 공장은 생산능력으로 11GWh 규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까지 목표로 하는 생산능력이 총 520GWh거든요. 전체 생산능력의 2%가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거의 영향이 없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나니까,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단독공장부터 투자를 약간 늦추는 겁니다. 이미 땅은 확보한 상태거든요.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회사들과의 합작공장들은 모두 예정대로 투자합니다.
<앵커>
삼성SDI나 SK온의 상황은 어떤가요? 투자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일텐데요.
<기자>
삼성SDI의 상황은 약간 다릅니다. 삼성SDI는 전자회사에 출발했거든요.
그래서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더 꼼꼼히 따지면서 증설 투자를 하는 편입니다. 투자로 인한 비용 증가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특히 삼성SDI가 강점인 소형 배터리의 경우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SDI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SK온입니다. SK온은 공장을 짓기 전에 수주부터 하는 '선수주 후투자'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을 빌려와서 투자를 해야 하고 외부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죠.
금리가 오르고 비용이 더 들어도 주문을 받았으니 예정대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벌써부터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강미선 기자의 리포트를 보고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SK온이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계획한 총 투자금액만 23조 원.
배터리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 7조 원이 투자됐고, 앞으로 생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16조 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은 2~3년 동안은 매출보다 투자지출이 많을 예정인데 추가적인 현금조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이 계속 취약해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SK온의 부채비율은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지난해 4분기 117%에서 올 1분기 20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비용 부담과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시장 투자심리가 악화돼 자금조달 역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4조 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 프리IPO를 진행했지만 3조 원 밖에 조달하지 못했습니다.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5월엔 단기차입형태로 1조 원 규모의 투자재원을 급하게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또 경쟁사들보다 약 2~3배 넘는 비용으로 돈을 빌리고 있어 이자 부담도 큽니다.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SK온은 올 4분기를 흑자전환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강미선입니다.
<앵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인데, 배터리 산업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일단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이나 유럽에 투자를 하면서 세액 공제나 인센티브를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투입되는 자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죠.
특히 중국이나 일본의 경쟁사와는 달리 자동차 회사들과의 대규모 조인트 벤처를 통해서 투자 부담을 줄였습니다. 리스크도 나눠가지는 겁니다.
공급 계약도 잘했습니다. 최근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서 중국 CATL 같은 경우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거든요.
반면 원자재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국내 배터리 3사는 상대적으로 이익을 잘 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수요가 넘친다는 점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구요. 증권가의 하반기 전망도 밝습니다.
<앵커>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지만 여전히 전망은 좋다는 건데, 확실히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왜 그런가요?
<기자>
여전히 장밋빛은 맞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앞으로 고도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산업은 사실상 배터리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물음표가 생긴 겁니다. 지금까지는 투자해 증설하고 만드는 대로 팔리는 구조였거든요. 이른바 '닥치고 투자'였죠.
그런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다가온다고 해서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보니 투자 비용이 생각보다 더 늘어난 겁니다.
이 지점에서 이렇게 투자해서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거죠. 그 물음표가 위기론의 핵심입니다.
지금 배터리 회사들의 이익율은 잘해야 5% 수준에 불과합니다. 투자한 자본 대비 이익률을 따져봐야 하는거죠.
3년 후인 2025년을 주목해야 합니다. 202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의 수요과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 났지만, 공급이 안정되면 상대적으로 마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동차 기업들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탑재하려는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거든요. 경쟁자가 되는거죠. 2025년부터는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앵커>
중국·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는 오히려 중국과 일본이 한 발 앞선 느낌인데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테슬라가 주요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인 지름 46mm 높이 80mm의 이른바 '4680' 원통형 배터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데, 1회 충전으로 750㎞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게임체인저로 불리고 있는데요.
그러자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이 한 발 더 치고 나갔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를 달리는 삼원계 NCM 배터리를 개발해 당장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맞받았습니다.
한·중과의 경쟁에서 약간 뒤쳐진 일본은 아예 한 단계를 건너뛰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안전성이 높은 것은 물론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데, 도요타는 이미 2025년으로 상용화 시기를 못 박고 개발에 한창입니다.
무엇보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은 모두 일본이 갖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엄청난 자본과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래 기술력에 앞선 일본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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