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고위 당정대..말 아끼던 이준석, 청년 정책 쏟아냈다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협의회가 6일 열렸다. 물가 등 민생 현안이 주요 테마였다. 회의 뒤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8월 중 추석 민생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당·정과 대통령실은 앞으로 매달 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소통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 날 회의는 정권 교체를 자축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전환담에서 “오늘의 이슈가 한마음인 것 같다. 윤석열 정부 한마음”이라고 건배를 제안했다. 건배 후 주스를 나눠마신 참석자들은 회의실 자리를 옮겨 비공개 토론을 이어갔다.
여당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한기호 사무총장·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이,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의제는 물가 대책이었다. 회의 뒤 브리핑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민생 체감이 높은 석유류, 농·축·수산물 식품 분야에 대해 이미 발표된 대책의 집행을 가속하기로 했다”며 “당에서 취약계층 생활안정 핵심생계비 부담완화를 위한 민생대책으로 예산 이전용 기금 변경, 할당 관세 확대를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정은 또 저소득층 긴급생활안정지원금 및 에너지바우처, 법인택시와 버스기사 지원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 집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의 민생 현장방문 강화▶기업투자·부동산 등 규제 법안 완화 ▶각종 세법 개정▶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메타버스 등 미래산업 육성 지원 확대 등이 이날 회의에서 논의했다.
이날 고위 협의회는 대통령 취임 58일 만에 열렸다. 당초 6월 말 열릴 예정이었지만 순방·특사 출국 등이 겹쳐 일정이 미뤄졌다. 허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지지율 이야기가 나왔냐는 질문에 “관련 말씀(언급)은 없었다”면서“소통과 홍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정부가 배포한 정책 제목 목록만 A4용지 2장 분량이 넘었다”며 “이렇게 많은 민생 정책이 있는데 홍보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은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관심이 많이 쏠렸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윤리위를 하루 앞뒀기 때문이었다.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우리가 대선공약을 통해, 국정 과제화를 통해 이야기했던 많은 정책이 지금 정책수요자들에게 아주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기름값이 2200원을 넘어 차를 타고 출근하는 옵션이 사라진 4호선 연변의 서울 시민에겐 시위를 피해 6시에 집에서 나오고 이 때문에 가족과 보낼 시간이 줄어들고, 또 하루가 피로해진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가장 큰 민생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전환담 등에선 평소와 달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 열릴 윤리위 징계 논의를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비공개회의 때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특히 젊은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요구를 집중적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청년세대는 주거 공간에 다용도실·부엌 등을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수요자 중심으로 탄력적인 아파트 설계를 하자” 등의 아이디어를 이 대표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꺼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배석한 자리에서 저 말고 다른 분이 대통령실 측에 ‘장관 차관 인사 같은 것은 좀 미리 말해달라. 그래야 당도 알고 대비를 하고 의견을 낼 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며 “제가 안 했다. 옆에 계신 분이 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인사 정보 사전 공유 요청을 했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당선 이후로 단 한 번도 인사 정보와 정책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며 “장관·차관·비서관 명단도 전부 언론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에 앞서 “이제는 정치의 힘이 너무 강해진 것 같다. 경제가 정치의 핵심이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경제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국회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그 전 단계로서 우리 당과의 협력·협조가 매우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부동산 세제개편, 임대차3법 개정, 납품단가연동제도입 등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비롯한 소통과 협치의 채널을 만드는 데 각별히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요청을 했다.
심새롬·박태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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