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신상진 특위 기한 연장, 이재명과 악연 작용했나
정권이 교체된 경기도 성남시에 전운(戰雲)이 짙어지고 있다.
“전임 시장들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시장직 인수위원회 산하에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정상화 특위)’를 설치했던 신상진 성남시장(국민의힘 소속)이 1일 취임과 동시에 인수위가 해산됐음에도 이 특위의 활동기한은 20일 연장하겠다고 결정하면서다. 이미 인수위 차원에서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 재임시절 ‘대장동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 검토 절차 누락’, ‘성남시의 3년 지난 시 공무원 이메일 삭제 조치’, ‘성남FC의 부적절한 지출’ 등 3건의 의혹에 대해선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더 파볼 게 남았다는 것이다.
특위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 대장동이나 백현동, 고등동 등 개발 특혜 의혹부터 채용 문제 등 각종 스캔들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은수미 시장 재직 중이라 그런지 공무원들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특히 회계 관련 자료는 거의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 많은 자료를 받았고 예민한 내용이 많아 사실 확인을 위해 기한 연장이 불가피했다”며 “이 의원이 시장 시절 사용했던 8개의 공용폰 사용 내역 등 추가 자료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 시장의 특위 연장 결정에는 ‘취임 후 20일 범위에서 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성남시장직 인수위 관련 조례가 근거가 됐다.
민주당은 발끈하고 있다. 조정식 성남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수위가 원래 목적과 달리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전임 시장들에게 부패 낙인을 찍고 있다”며 “인수위는 시정 준비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성남시의회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정상화 특위가 인수위원회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운영되고 있고, 통화기록 요구 등 불법적 행태를 보였음에도 존속시키고 있다”며 “신 시장이 화해와 협치의 시정운영이 아닌 전임시장 망신주기 등 정치 보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원회가 대시민 사과할 때까지 시의회 원 구성 협상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특위 기한 연장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등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끈끈한 동지에서 악연으로…이재명 상습 녹음이 이유?
신 시장이 전전임 성남시장이 이재명 의원의 비위 의혹 규명에 매달리는 건 두 사람 사이의 악감정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성남시 관가의 해석이다. 신 시장과 이 의원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나오는 이야기다.
한때 성남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끈끈한 동지애를 나눴던 두 사람의 사이는 2000년대 초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2년 성남 YMCA 활동 때였다. 1995년 ‘성남 시민의 모임’을 함께 출범시키면서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됐다.(신 시장은 1956년 생, 이 의원은 1964년 생) 신 시장이 공동 대표, 이 의원이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 단체는 서울 송파구 쓰레기소각장 반대 운동, 서울 남부 저유소 분당설치 반대 운동 등의 족적을 남겼다.
신 시장 측은 “‘이 의원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둘 사이가 틀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 시민의 모임’은 김병량 전 성남시장(제11대·16대 시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등을 파헤치면서 성남시와 첨예하게 갈등했다. 신 시장 측에 따르면, 그 와중에도 김 시장과 무척 사이가 좋아보이는 이 의원에게 “시정을 감시·비판해야 할 시민운동가가 시장과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보이자 이 의원에게선 “정보를 캐려고 친하게 지내는 거다. 대화한 내용 등은 모두 녹음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김병량 구속된 파크뷰 사건 이후 멀어졌나
2003년 김 전 시장은 파크뷰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살았고, 이 과정에서 이 의원도 김 전 시장에게 방송사 PD의 검사 사칭을 거든 혐의로 벌금 15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의원은 공보물에 ‘PD가 담당 검사의 이름 등을 물어 알려줬는데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기재해 논란이 됐다. 해당 PD는 이 의원을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사건은 서울청 반부패수사대에 걸려 있다.
신 시장의 한 측근 인사는 “이 의원이 앞에선 친근하게 대하면서 대화·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문제가 생기면 앞장서서 덤벼들거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을 보면서 신 시장이 ‘이 의원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거리를 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신 시장을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 온 정치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특위 활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2005년 신 시장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소속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이 의원은 같은 해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입당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일하던 신 시장이 보수정당으로 출마한 게 두 사람이 멀어진 실질적 계기”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신 시장이 어느 시점부터 대선주자로 성장한 이재명을 때려야 자신의 정치적 활로가 생긴다고 작심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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