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엘리트 수학'은 선진국인데..교실은 '수포자' 늘었다, 왜
국제수학연맹이 한국의 국가 수학 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올린데 이어 '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의 첫 한국계 수상자가 나오면서 우리나라 수학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논문과 수학올림피아드같은 '엘리트 수학'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고 수업 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수학 교육에서는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한인 최초로 ‘수학 노벨상’으로 알려진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2월 국제수학연맹은 우리나라의 국가 수학 등급을 4등급에서 최고 선진국 등급인 5등급으로 올렸다. 현재 5그룹에 속한 국가는 미국, 중국, 독일 등 전 세계에 12개국뿐이다. 등급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수학 논문 실적,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입상 실적, 세계수학자대회(ICM) 초청 학자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과된다.
세계 1% 논문 보유율, 일본·러시아·프랑스보다 높아
국제 학술정보 분석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2~2021년 발행된 우리나라의 수학 논문 인용 영향력은 아직까지 세계 평균(1.0)보다 10% 낮은 0.9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체 논문 중 피인용 상위 1% 논문(HCP, Highly Cited Papers) 비율은 0.8%로 일본(0.4%), 러시아(0.3%), 프랑스(0.7%), 스페인(0.7%) 보다 높다. 그만큼 최상위급 논문 보유율이 높다는 의미다.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2000년 이후 14번 'TOP 5'
세계수학자대회(ICM)의 한국인 학자 초청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올해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가 초청 강연자로 참석했으며, 이날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ICM에도 강현배 인하대 교수와 신석우 UC버클리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교수가 초청 강연자로 선정됐다. 초청 강연자는 많은 수학자에게 알려질 정도로 의미 있는 연구를 한 수학자가 선정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학생 23%, 고등학생 32% '나는 수포자'
하지만 ‘엘리트 수학’의 성과와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어가는 초·중등 수학 교육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초중고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중학생의 22.6%가, 고등학생의 32.3%가 ‘그렇다(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중학생 11.6%, 고등학생 14.2%)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중상위권의 붕괴도 빠르게 나타난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보통학력 비율은 중학생이 2017년 67.6%에서 작년 55.6%로, 고등학생이 75.8%에서 6.1%로 하락했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 등도 매년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의 경우 ‘자신감 높음’ 비율은 2018년 38.9%에서 2021년 31.9%로 하락했다. 학습의욕과 흥미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도 전반적인 수학교육을 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허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며 “과도한 선별 경쟁과 문제풀이 위주 선행학습은 수학을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학생을 오히려 ‘수포자’로 만들기도 한다”며 “교육계는 어떻게 학생들에게 수학의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을 느끼게 할 것인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허준이 교수 "수학, 재밌었고 열심히 했고 잘 했다"
이어 "(고교 수학을) 굉장히 재미있어했고, 열심히 했고, 충분히 잘 했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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