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시대에 공공·노동과 전쟁하는 정부와 언론들
[탁종열]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취임사에서 확인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조는 '작은 정부', '민간주도 성장'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6월 15일 '제3차 당정협의회'를 열고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제개혁 없이는 경제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라며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혁 확대를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6월 16일 오전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민간의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는 걷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들도 '물 만난 고기'처럼 몸값 올리기에 한창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세제 개선 7대 과제' 보고서를 전달한 데 이어, 6월 15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도 같은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조세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쟁력 있게 바꿔야,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고 외국인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규제개혁이란 '부자 감세'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이다. 이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실패로 끝난 '친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감세, 공공부문 구조조정 외치며 정규직화 공격하는 신문들
조중동과 경제신문 등 재벌신문은 기획·특집 기사,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매일경제는 사설 '낡은 세법 확 뜯어고치자' 시리즈를 12차례나 발표하며 전면적인 감세 정책을 주문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6월 15일 '2022 국민 공공 정책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영평가에서 재무 측면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부채가 급증했다."라면서 단계적 인원 감축과 기능 조정 등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이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기능 전환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라고 보도했다. 포럼에 종합토론자로 참가한 김완희 가천대 교수는 "무조건적인 민영화 공포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경쟁 도입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제전쟁의 대장정을 시작하자"라면서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석열/대기업(재벌)/재벌신문' 3각 동맹체제는 '구조개혁'을 위해 '전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첫 전쟁터는 '공공부문'과 '노동'이다.
▲ 2022년 6월 16일 자 서울신문 보도기사. |
ⓒ 서울신문 |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 OECD에선 꼴찌 수준
그러나 일부 공기업의 신규 채용 확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을 분석해 평가해야 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018년 980여 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했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2019년 1,855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는데, 신규 노선 개통과 기존선 개량, 정년퇴직자의 증가, 정원 확대 등으로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년 1월 추경호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2021년 정년퇴직 예정자는 1,038명, 한국전력공사는 623명이었다.
재벌신문들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공무원의 나라', '공무원 공화국'이라며 비하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를 '철밥통'이라며 모욕하고 있다. 하지만 OECD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와 비교하면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 2017년 한국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7.8%였으나 2020년에 겨우 10.2%로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2017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7.7%로 여전히 공공부문 일자리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경제는 "공공기관 채용 인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시작되면서 새 공공기관이 만들어지고 이들 기관이 수천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며 비난한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민간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소속만 바뀌었을 뿐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의 변화는 없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언론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정규직 전환자 인건비는 기존의 기간제 인건비, 용역 사업비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처우 개선 소요 비용은 용역업체 이윤·관리비 등 절감 재원을 활용하여 추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작은 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횡재세, 부유세 등 공평한 조세 제도를 도입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OECD와 세계은행(World Bank)는 2017년 불평등이 인적 자본에 대한 과소 투자를 야기해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경제 및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포용적인 성장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 국가'라며 '노동'과 전쟁을 선언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 중심에는 재벌(대기업)과 이해를 공유하는 재벌신문의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조작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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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언론콕!'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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