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기부 장관 "돌뿌리 걸려 넘어지는 여성기업..국익 위해 육성해야"

김보경 2022. 7. 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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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주간 일환..'여성창업 정책 토론회' 개최
"여성기업펀드 확대..사각지대 기업 위한 기회 필요"
전문가들, 판로 확보·기업가정신 함양 필요성 강조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창업 정책 대전환 정책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눈에 보이는 허들은 거의 다 제거됐지만, 산소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돌뿌리에 걸려 계속 넘어지기 일쑤였다."(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올해 여성기업주간 첫 회를 맞아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선 여성 창업가들이 그간 사업을 운영하며 경험했던 고충이 터져 나왔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여성 기술창업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여성기업 성장을 모색하는 '여성창업 정책 대전환' 토론회가 열렸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여성기업인을 비롯해 유관기관,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축사를 맡은 이영 장관은 2000년 보안소프트웨어 기업 '테르텐'을 창업한 IT벤처대표 출신이다. 이 장관은 기업을 운영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자금을 빌리러 가도, 융자를 받으러 가도, 고객을 만나러 가도 다 남자였다"며 "내가 남자 고등학교 출신이라면, 군대를 다녀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창업 정책 대전환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그는 "법적 허들은 많이 제거됐지만 산소 같은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뛰었다"며 "선수층을 많이 배출한 남자코스는 뛰기 원만한데, 우리는 돌뿌리와 잡초에 계속 넘어지더라"고 돌이켰다.

이어 "여성창업 기업인 출신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여성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육성은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다. 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여성기업을 육성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면 출생율 제고와 노인부양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면 매번 '대표님이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여성 창업 육성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정책 지원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정한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은 "여성기업은 판로, 자금, 네트워크 등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여성기업이 당면한 경영환경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6일 여성창업 정책 대전환 정책토론회에서 유관기관 관계자와 전문가, 여성기업인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보례 여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기반 여성창업기업 121곳이 914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는 전체 투자금액의 7.6% 수준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코스닥 상장기업인 이노테라피 이문수 대표는 "재기창업펀드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는 여러가지 펀드가 있지만, 그 중 여성은 적은 소수 집단에 해당된다"면서 "여성기업펀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여성기업에게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차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보면, 여성기업펀드 규모는 200억원으로 특허기술사업화(1250억원), 영화펀드(560억원), 창업초기기업펀드(1466억원), M&A펀드(1000억원) 등 다른 정책펀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김영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부의 여성기업실태조사를 인용해 여성기업의 35%는 '판로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여성기업인들이 '금융업무 수행과정에서 대출조건 등이 불리함'이라고 답한 응답이 2018년에 비해 2020년에 더 늘어난 점,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 차별을 느낀다는 응답이 61.6%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언급했다.

20대 여성의 전반적인 기업가정신 수준은 높으나, 30대부터 남성과의 격차가 커지며 40대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 연구위원은 "30~40대 경력단절 시기를 겪으면서 기업가정신을 갖춰 나가는데 한계가 드러났다"며 "사회활동 참여 의지는 강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이나 마음가짐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극적·생계형 창업과 대비되는 적극적·기회형 창업 비중이 40대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면서 "여성창업가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동시에 여성창업 생태계에 맞는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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