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헌재, 재판 취소 못한다" 결정 거부..최고법원 공개 갈등
헌법재판소가 사상 두 번째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해 대법원이 6일 만에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법원은 6일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내린 판단에 대해 법원 외부의 기관이 해당 재판을 다시 심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면서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함께 취소했다.
■ 헌재, 사상 두번째 대법원 판결 취소…‘한정위헌’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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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997년 양도소득세 취소 소송의 재심 기각 판결 취소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대법원의 뇌물죄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두 경우 모두 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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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위헌'은 헌재가 법률의 특정 해석에 대해 내리는 변형 결정이다.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결정하는데, 대법원은 이 같은 결정이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헌법상 최종적인 법률 해석과 그에 따른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보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 자체의 (단순) 위헌 여부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이 법 조항의 변화(효력 상실)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조항이 특정 영역에 적용될 때 헌법에 합치되는지 살피는 것은 헌재의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 사건에서 특정 법률 조항의 해석과 판단 영역도 헌재의 위헌심판권에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일반적인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법원의 (재판)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도록 간섭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 분립 원리와 사법권 독립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헌재 주장대로라면 헌재가 국회와 법원, 정부 모두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국회의 입법작용과 법원의 사법작용뿐 아니라, 행정재판에 대한 통제에 나서면서 정부의 법 집행 역시 헌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도록 한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재판소원'이 허용된다면 (3심제인) 심급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우려했다. "국민이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더라도 여전히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며 "이는 우리 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헌법 조항을 들어 헌재 주장을 반박했다. "우리 헌법 제27조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제101조가 사법권의 독립과 심급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위헌과 재판 취소 갈등은 이번이 2차전 격이다. 헌재는 1997년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한 양도소득세 취소 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이 결정을 무시한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도 취소했다.
당시 두 최고법원의 갈등은 2001년 국세청이 실거래가 기준 양도세 부과조치를 직권취소하면서 임시 봉합됐다.
이번 2차 재판 취소 사태는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민간인 A씨가 법원이 자신을 공무원으로 보고 뇌물죄를 유죄로 확정하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내면서 촉발했다. 이에 헌재는 2012년 "형법 129조 뇌물죄를 '제주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 중에 민간인 위촉위원도 공무원으로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이 최종 기각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과 헌재의 최고법원 갈등은 앞으로 개별 사건에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도, 헌재 결정으로 재판 취소 결과를 받아든 청구인 A씨가 다시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 기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헌재는 한정위헌을 둘러싼 법률 해석권과 재판 소원 갈등 외에도 권한 갈등을 계속 벌이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 이후 '국회의원 지위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권은 법원에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로 하급심 재판에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중 하나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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