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 막혔는데 노르웨이 '유전 파업'..놀란 유럽, 가스값 급등

이승호 2022. 7. 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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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과 노르웨이 국기와 송유관을 합성한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다음으로 가스 수요를 의존해온 노르웨이에서 한때 ‘유전 파업’이 벌어져 유럽 천연가스 값이 급등했다. 파업은 정부 개입으로 하루 만에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안으로 주목받아온 노르웨이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가스 회사인 에퀴노르는 지난 4일 해상 유전·가스전 3개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 때문이었다. 노르웨이 정부가 노사 양측을 불러 긴급히 중재에 나서면서 파업은 하루 만에 종료됐다. 노르웨이 석유산업 노조 측은 로이터 통신에 “정부의 강제 개입에 따라 일단 일터에 나서지만 (임금협상) 세부사항은 나중에 합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테 미외스 페르센 노르웨이 노동사회통합부 장관은 “분쟁이 유럽 전체에 막대한 사회적 파장을 미친다면 (정부는)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파업으로 가스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네덜란드 TTF 거래소 가스 선물 가격은 파업 직후인 4일에 전날보다 10% 급등한 ㎿h 당 162.94유로(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파업이 중단된 5일에도 165.07유로로 소폭 상승했다.

이번 파업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노르웨이 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은 가스 수요의 20~25%를 노르웨이에서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40%)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양이다.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노르드스트림 송유관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를 기존보다 60% 줄이는 등 에너지 무기화를 노골화 하고 있다. 오는 11∼21일엔 정기 점검을 이유로 가스관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부족이 심각해 질 것을 우려하며 노르웨이에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릴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 2019년 노르웨이 인근 북해 유전에 설치된 에퀴노르의 석유 채굴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노르웨이 석유·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번 파업이 지속됐을 경우 단기적으로 노르웨이의 가스 수출 규모가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노르웨이 석유산업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일부터 3곳의 생산시설에서 추가로 파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FT는 “이렇게 되면 노르웨이의 하루당 석유와 가스 생산량은 33만3000배럴이 줄고, 파업이 확대될 경우 가스 수출 규모는 25%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노르웨이 외무부는 파업 중단 이후 “러시아의 전쟁에 맞서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사태가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에퀴노르 노동자들은 물가 급등으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석유·가스 가격 급등으로 늘어난 회사 이익만큼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FT는 향후 임금 인상 문제를 논의할 노르웨이 ‘강제임금위원회’에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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