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레코드판' 돌리는 윤 정부, 경제 악순환 빠질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물가 상승이 가파르다. 물가 상승률이 6%까지 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대외 경제적인 문제가 겹쳐 정부도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법인세와 종부세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경제정책이 부자감세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의 물가 상승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진단해 보고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이자 '경제통'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이용우 의원을 지난 6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이 의원에겐 민주당 내 현안에 대한 견해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
ⓒ 이용우 의원실 제공 |
-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출범한 지 20여 일이 된 것 같은데 활동해보니 어떠세요?
"우리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일단 대선과 지선, 지난 5년간의 정책을 평가하면서 민주당의 문제점이 뭔지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후보들이 뭘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 과정에서 혁신의 모습은 새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생각합니다."
- 비대위 기간이 2개월이잖아요. 대선과 지선, 그리고 지난 5년을 평가하고 혁신의 모습 보이기엔 너무 짧은 기간 아닌가요?
"짧다면 짧은데, 길게 이야기한다고 답이 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사실 좋은 답은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위기감 속에서 우리가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이죠. 그런 의미에서 2개월은 짧은 기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세요?
"우리 당이 선거에서 진 이유를 한번 돌이켜보면, 국민 눈높이에서 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우리들끼리 섬 속에서 놀았던 거죠. 국민들이 바라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서 일방적으로 갔던 거예요."
- 왜 그랬을까요?
"처음부터 잘못 생각한 거죠. 우리 당이 집권한 게 과연 민주당이 잘해서 집권했냐면 ,그건 아니고 사실 그때 촛불 연대라는 게 있었죠. 박근혜씨 탄핵을 민주당이 다 한 것도 아니고 여러 세력이 '이건 아니다'라며 함께 했어요. 그래서 정권을 잡았으면 그 사람들하고 같이 과제를 설정하고 나아갔어야 하는데 그 높은 지지율이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지지율인 줄 알고 오만했던 거죠."
- 너무 이념적으로 끌고 갔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념적으로 끌고 왔죠. 적폐 청산이라는 것도 보면, 하루아침에 고쳐진다면 그건 적폐가 아니에요. 40, 50년 이상이 쌓여왔던 거기 때문에 치열하게 하나씩 접근해 들어가야 되는데 능력도 없으면서 모든 걸 한꺼번에 풀려고 하고 순서를 정하지도 않고 온갖 사회적 의제를 다 우리가 풀겠다는 태도를 보였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식으로 이념적으로 접근한 거죠."
- 박근혜 정부만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본 것 아닌가요?
"그런 측면이 있긴 했지만 40, 50년 이상 쌓인 적폐는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명박 정권 때도 그렇고 심지어는 노무현 정권 때도 문제가 있었다고 봐요. 그거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했어야 돼요.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정리하고 같이 했어야 되는데 편을 나눠서 우리는 괜찮은 쪽이고 니들은 적폐라고 접근했죠. 그러다가 조국 사태 겪으면서 국민의 인식에서는 '니들도 별 차이 없네'가 됐죠."
- 6월 23~24일에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이 있었잖아요. 분위기는 어땠나요?
"모든 이야기가 거의 다 나온 상황이었어요. 이재명 의원을 앞에 놔두고도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사실은 그렇게 면전에서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시작을 해야지만 서로 간에 평가가 돼요. 그러면서 현재 우리 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서로 더 알게된 계기가 됐죠."
-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기정사실화 된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출마 여부는 본인이 판단해야 될 일이라고 봐요. 다만 지금까지 어떤 부분에서 미흡했고 그걸 어떻게 고칠 것이며 또한 민주당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본인이 이야기해야 해요. 현재 같은 태도는 옳지 못해요. 자신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걸 명확하게 하면 국민과 당원과 대의원의 선택을 받을 거고요. 그러지 않은 채 그냥 있다가 나온다면 상당히 많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어요."
-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서로 생각이 다를 때 나만 옳다고 고집하면 같이 하기 힘들어지잖아요. 그게 아니고 앞으로 리더로 나올 사람이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찾아가는 리더십을 보여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 대표가 되는 사람이 이견을 조율하지 않으면 서로 간에 갈등은 높아질 수 있죠. 때문에 서로 다른 것들을 조율해서 통합해 나가는 리더십을 선택해야 합니다."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
ⓒ 이용우 의원실 제공 |
- 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인상되고 있잖아요. 현재 경제 흐름은 어떻게 보세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을 많이 풀었다는 거죠. 돈 풀었던 걸 정상화 하기 위해 돈을 회수하려면 고금리 현상이 발생하는 게 있고요.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그 다음에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 쪽에 요인이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두 가지가 겹쳐 있는 상황입니다.
근데 물가가 올라가면 소비가 줄게 돼 있어요. 소비가 줄면 또다시 경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죠. 그러니 굉장히 어려운 국면을 가고 있고 이 상황에서 잘 대응을 안 하면 오히려 경기 침체로 갈 수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 지금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물가가 올라갈 때 금리가 올라가면 누가 제일 피해를 볼까요? 서민이죠. 서민이 쓸 돈도 없어지면 소비가 죽는데 그러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서민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좌절하지 않도록 보호해야죠. 그게 가장 중요한 과제예요."
- 유류세 인하했는데 체감할 수 없잖아요. 왜 그럴까요?
"유류세 인하는 임시방편이죠. 사실은 국가 재정으로 서민들에게 어느 정도 보전해주면서 버티게 해주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도 국가 재정이 굉장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지 않은 채 유류세 50원 100원 인하해줘봤자 이렇게 올라온 상태에서는 크게 영향이 없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고 동시에 준비해야 될 건... 오늘(30일)도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한다고 해요.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만들어져야 합니다."
-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MB정부 시즌 2라고 하셨더라고요.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아까 그런 것들을 했어야 되는데, 감세해서 민간의 소비를 늘리겠다, 민간 자율로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위기가 올 때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게 돼 있어요. 투자를 안 하려고 하는데 투자를 하게 만들려면 큰 위기가 지나가게 만든다든지, 그 위기를 정부가 흡수해 주면서 같이 가줘야 경제가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거예요. 단지 감세해 주고 법인세 낮춰주면 민간이 알아서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는, 흘러간 레코드판을 계속 틀고 있는 거죠. 이 정부의 중요 경제정책 라인을 보면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라인밖에 없어요. 그 십몇 년 동안 세상이 변했음에도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 한 채 옛날 노래를 틀고 있다고 봅니다."
- 윤석열 정부는 낙수효과 기대하는 것 같은데 낙수효과 있을까요?
"낙수 효과는 경제 성장이 되는 과정에서 부유층의 소득증대가 유발하는 소비와 투자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에도 영향을 주는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2008년 위기를 지나면서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에서의 낙수 효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경제학 일반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세상이 15년 이상 지나면서 바뀌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 전에 나와 있던 것들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낙수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기요금 동결을 약속했지만 6월 27일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기본적으로 유가와 가스값 같은 화석 연료 수입 비중에 좌우됩니다. 그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기요금 올라가는 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 요인에 따라서 화석 연료를 적게 쓰는 일도 필요하겠죠. 그러나 아까 말했듯이 취약한 계층을 보듬는 걸 같이 해야 됩니다.
그리고 전기요금도 원전 때문에 올라간 게 아니거든요. 유가 때문인데 '기승전 탈원전' 이건 말이 안 되는 정치 공세입니다. 또 하나 이 분이 후보 때 동결을 약속했다면 전기요금 체계가 어떻게 결정이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된 거예요. 잘못 이해하고 공약한 것에 불과한 거죠."
- 우리나라 전기 요금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글로벌하게 비교했을 때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국가이긴 합니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RE100이나 탄소 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을 고려하면서 사람들이 적게 써야 되거든요. 하지만, 많이 쓰는 겁니다. 많이 쓰는 걸 줄이려면 값을 올려주는 것도 맞고요. 그런데 올려줬을 때 타격을 입는 쪽을 어떻게 보완해 주냐가 중요한데 그런 것 없이 이야기한다면 문제죠."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28일 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만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말한 건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부적절하죠. 그리고 기업의 비용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판매 관리비라든지 재료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물가가 올라간 것을 임금만으로 표현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실제로 확인해 보면 전체 코스트 중에 임금이 10%도 안 됩니다, 제 기억에는요.
그런데 거기서 얼마 올라간 것 때문에 물가가 다 올라갔다는 주장은 과도한 거고요. 물가는 올랐는데 임금을 안 올리면 노동자 희생을 강요한 꼴이 되는 겁니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위기가 오는데 희생을 강요하면서 위기를 극복한다고 하면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은 더 심화될 겁니다. 정부 정책 당국자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임금이 안 오른 상태 속에서 물가가 계속 올라가면 노동자가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줄잖아요. 줄면 소비를 적게 하고요. 소비를 적게 하면 산업이 안 좋고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럴 때 기업이 할 수 없다면 국가가 소득을 지원해 줌으로 해서 소비가 줄지 않게 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죠.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하라는 뜻이 아니고 정책 수단으로서 그런 것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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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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