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제'로 붙었다..보수 교육감 임태희 vs 전교조 1라운드

심석용 2022. 7. 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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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학교에 상황 고려해 판단하란 자율성 준 것”(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학생 건강권과 행복권 위해 9시 등교 유지해야”(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기지부)

보수 성향의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6일 처음 맞붙었다. 임 교육감이 자신의 첫 정책으로 ‘등교 시간 자율화’를 추진하면서다. 임 교육감은 이날 오전 경기도교육청 방촌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 자로 경기도 초·중·고교에 9시 등교제를 자율화한다는 공문을 보낸 건 각 학교가 시간을 가지고 지역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라고 한 것이다”며 “9시 등교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취임 첫날인 지난 1일 각급 학교에 보낸 “등교 시간 운영의 자율성 확대”라는 내용의 공문의 취지를 부연한 것이다. 이를 9시 등교제 폐지로 받아들인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날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任 “학교에 자율성 준 것”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임 교육감은 “학년 별, 계절별로 등하교기간에 차이를 두는 건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학교를 옥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율화하기로 했다”며 “물론 자율화하더라도 9시 등교가 가장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싶은 곳은 운영하게 하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자율 등교제로 0교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임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대다수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한다면 억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임 교육감은 “그동안 이런 것들조차 지침에 따라 시행하면서 학교가 자율역량이 떨어졌다. 학교는 (사안을 판단할) 충분한 자율역량을 가지고 있다. 자율이 정착되면 그보다 강력한 힘은 없다”고 정책을 꺼낸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 건강권·행복권 침해” 반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기지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는 6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교 자율화 정책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전교조 경기지부 제공
전교조 경기지부 등 4개 단체는 대표자 등 14명은 같은 시각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교 시간 자율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정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참학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임 교육감은 취임 첫날 사실상 9시 등교 정책 폐지를 결정했다”며 “정책을 폐지할 근거는 제5대 주민 직선 경기도 교육감 공약과제란 설명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평가와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 교육감의 ‘정책 지우기’를 하려는 시도는 자율보단 일방적 지침 시달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소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임 교육감은 자율화라고 했지만, 실제론 각 학교에 등교 시간을 앞당기라는 사인을 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학생 정책제안에서 출발한 정책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은 2014년 6월 경기도교육청에 9시 등교제를 실시해달라고 정책 제안을 했다. 사진 경기도 교육청 제공
9시 등교제는 8년 전 학생들의 정책 제안에서 출발했다. 2014년 6월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은 9시 등교 정책을 실시해달라는 글을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수면권과 건강권, 원거리 통학생을 위한 배려 등이 이유였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여 취임사에서 9시 등교 방침을 밝혔고, 경기도교육청은 같은 해 8월 관내 학교에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 내 초·중·고교 98.7%가 9시 등교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일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부모가 출근하면 아이 혼자 9시까지 집에 있어야 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정책은 8년 만에 멈춰 서게 됐다. 전교조 경기지부가 릴레이 1인시위를 예고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일단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각급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등교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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