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윈 몸, 상표 없는 고무줄바지..한강 의문의 '110cm 시신'

전익진 2022. 7. 6. 12: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살던 누구의 안타까운 죽음일까. 경찰이 지난 5일 낮 경기도 김포 한강하구에서 발견된 남자 어린이 시신을 둘러싼 의문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경찰은 급류에 쓸려내려 온 북한 어린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3일 경기 김포 한강하구 중립지역 바라본 북한 개성 지역. 사진공동취재단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 지난 2020년 8월 20일 김포시 운양동 누산리 포구에서 집중호우로 유실된 지뢰 탐색 작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윈 상태, 라벨 없는 반바지 차림


6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어린이 시신은 5일 정오쯤 김포시 하성면 한강하구 전류리 포구 인근에서 한 어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은 10세 전후 남자 어린이로 추정되며 고무줄이 있는 빨간색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품질표시 라벨도 상표도 없는 반바지와 작은 키(110㎝)와 야윈 체형은 북한 아이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첫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맨눈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으나 지문 채취가 어려울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며 “아이 반바지의 섬유 조직 성분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해 제조사 및 제조시기 등을 조사해 신원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와 황강댐 방류


시신 발견지점은 군사분계선과 직선거리가 9㎞에 불과한 곳이다. 한강하구 고양시 행주어촌계 어부 심화식씨는 “한강하구에는 그동안 장마철만 되면 북한 지역에서 떠밀려온 생필품과 생활 쓰레기 등이 발견되고, 심지어 북한 지뢰까지 떠내려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신이 발견된 5일 낮 12시 무렵은 서해에서 한강 쪽으로 밀물이 밀려들어 오는 시각이어서 북한 지역에서 유실된 시신이 강화대교 만조 시각인 오전 9시 41분부터 한강 상류 쪽으로 떠밀려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김포 일대 한강 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수위가 가장 높았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게다가 북한 지역엔 최근 집중호우가 이어졌고, 그 결과 북측은 2차례 걸쳐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북한 기상 당국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평양과 평안남도, 남포에 300㎜가 넘는 비가 왔고, 평안북도, 황해북도, 강원도에도 200㎜ 이상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하루 전인 28일 “우리 측이 북측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황강댐 방류를 개시해 한때 필승교 수위는 6.45m까지 상승했다. 지난 4일에는 이틀째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오후 2시 30분쯤 임진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 연천군 군남댐 주변과 하류 일대에 사이렌과 대피 방송이 이어졌다.

북한 황강댐(총 저수량 3억 5000만t)과 연천 군남댐(총 7100만t) 간 거리는 57㎞ 정도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 거리에 있는 임진강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비가 많이 오면 북한 지역에서 생필품과 쓰레기 등 부유물이 임진강으로 떠내려온다”며 “북한 황강댐의 최근 2차례 방류 영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목함지뢰. 합동참모본부

경찰 조사결과 고양, 김포, 파주 일대에서 나이가 비슷한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도 ‘북한 어린이’ 추정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주민 또는 여행객 자녀일 경우 실종 신고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남측 실종 아동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인과 신원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