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사라진 공간.. 용인 사람들은 어디로
[용인시민신문 임영조]
용인에는 11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살고 있다. 행정면적으로 따지면 사람이 없는 공간이 더 많겠지만 도심지만 두고 보면 인구밀도는 그리 낮지 않다. 때문에 공간이 있으면 으레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소통은 소리를 만들었다.
▲ 코로나19가 한창이던 5월 기흥구 한 도심 공원.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설치됐지만 이용하는 시민은 드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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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복잡해지자 소통 범위도 좁아졌다. 용인에서 기흥구 처인구 수지구로 생활공간이 나눠지자 소리도 각각 달라지기 시작했다. 개발이 한창일 때를 거쳐 도시화가 마무리 되자 우리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이해하는 데는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했다. 과연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점점 서로 나누던 대화를 주변 소리에 덥히기 시작했다.
모이지 않는 사람들, 말해도 들리지 않는 도시
가장 대표적인 대화공간인 경로당. 2004년 용인에는 경로당은 536곳이 있었다. 이후 급속한 인구증가 추세에 맞춰 늘어나 2019년에는 850곳에 이른다. 하지만 경로당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서로간의 옥신각신 오순도순 나누는 대화 소리는 여전하지만 끊기기 일쑤다. 대화 상대도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할만한 사이도 아니다.
기흥구 상갈동 주공그린빌 인근 경로당에서 만난 이동금(76)씨는 "경로당에 사람들이 잠깐씩 찾아와 놀지 하루 종일 시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화 나눌 사람도 별로 없고, 경로당이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은지 오는 사람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로당을 수시로 찾는다고 말한 유명자(77)씨는 "요즘 노인들도 상당히 바쁘다. 예전 노인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골방에서 자기들끼리만 노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대화를 거들었다.
경로당을 조금 지나면 만나지는 보라초. 4시를 넘겨 찾아간 학교 앞에는 삼삼오오 아이들이 무리지어 귀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3명은 다소 거친 언사로 대화를 하지만 수시로 대화가 끊겼다. 주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때때로 만나지는 공사 현장 소음도 그들 대화를 막았다. 한명이 대화를 건네도 다른 두명을 전화기 화면에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보라초 6학년 서군은 "집으로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다. 거의 매일 다니는 친구라 할 말도 특별히 없다. 장난 조금 치고 나면 도착한다"라고 말했다.
대화 맛일까 커피일까, 혼자 있는 맛일까
가장 대화가 활발한 곳은 아무래도 커피숍이다. 기흥역 인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가게 내부에는 이미 만석이다. 100석에 가까운 자리지만 남녀노소 불구하고 많게는 다섯명 이상이 모여 대화를 하고 있다.
서로 대화가 통할까 싶을 정도로 내부는 시끄럽지만 서로 간에는 통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음악소리까지 더해지면 대화는 수단이고 목적은 커피란 음료수 시식이 아닐까 싶다.
근처에 있는 대형 매장 내 서점도, 식당도 점심시간에 맞춰 찾은 사람들로 시끌하다. 천장이 높아 공간이 주는 타인과의 괴리감을 더해진다. 곁을 지나가는 20대로 보이는 연인도 소통을 위해 다소 큰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비밀스럽거나 조심해야 할 대화는 일찌감치 소통 불가능한 도시가 됐다. 건물 내 또 다른 커피숍에서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전화기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인다.
2022년 7월 용인특례시 일상에서 들리는 소리다. 듣기 싫은 소리를 모두 제거할 수 있다면, 용인에서는 과연 무슨 소리가 남을까. 사람과 소통마저 사라진 정적은 아닐까. 용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에 이어 들리는 소리까지 4회에 걸쳐 찾았다. 이제 후각이다. 용인에는 어떤 냄새가 휘감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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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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