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수감 가능" 홍콩 최대 노조원들이 쓴 '홍콩보안법 치하 2년'

박성우 2022. 7. 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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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불가, 형사처벌 과잉해석, 시민단체·언론 폐쇄..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억압

[박성우 기자]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은 영국이 중국에게 홍콩의 주권을 반환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자 홍콩 국가보안법(아래 홍콩보안법)이 정식 발효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뒤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이날 시 주석은 "통치권을 애국자가 확고히 장악하는 것은 홍콩의 장기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이고 그 어느 때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홍콩보안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일국'의 원칙이 확고할수록 '양제'의 장점이 더욱 분명해진다"며 일국양제 중 일국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홍콩인들의 권리와 자유, 홍콩의 계속되는 진보와 번영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비판했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미국은 홍콩 주민들과 연대할 것이며 약속된 자유를 복원하기 위한 그들의 요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노조 활동가들, 홍콩보안법 치하의 2년에 대해 보고서 발행
  
 작년 10월, 활동가들의 안전 문제로 해체된 홍콩직공회연맹(HKCTU)의 활동가들이 '홍콩 국가보안법 하에서의 노동조합 운동 : 권위주의 통치로의 2년'이라는 제목의 54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보고서 표지로 활동가들이 '공회는 폭정에 저항할 것'이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 hk labor rights monitor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활동가들의 안전 문제로 해체된 홍콩직공회연맹(HKCTU)의 활동가들이 홍콩보안법 이후 홍콩 노동조합를 포함한 홍콩 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해 '홍콩 국가보안법 하에서의 노동조합 운동 : 권위주의 통치로의 2년'이라는 제목의 54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콩직공회연맹은 홍콩의 민주노조 운동을 대표하는 단체로 해체 직전까지 약 14만 명의 조합원을 지닌 명실상부한 홍콩 최대의 범민주조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총 175명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체포된 사람들 중 102명(64%)이 기소되었고, 이 중 78명(76%)이 구금되었고, 44명이 1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한편 34명의 피고인들은 보석이 거부되어 최소 28개월 이상의 수감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홍콩보안법 제42조가 "정부가 선택한 누구라도 몇 달 또는 심지어 몇 년 동안 수감시킬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홍콩보안법 제42조는 판사가 범죄 용의자나 피고인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보석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보고서는 해당 조항이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권리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 깃발 달았다고 테러 범죄로 징역 9년

또한 보고서는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형사처벌 조항이 과잉 해석되고 있다며 퉁잇킷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첫날인 2020년 7월 1일, 23살의 청년 퉁잇킷은 시위 도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 쓰인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경찰 저지선을 향해 몰다가 체포되었다. 그는 배심원 재판을 거부당했고, 3명의 고등법원 판사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고, 결국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은 "광복홍콩 시대혁명"은 중국과 홍콩과의 분리주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분리주의적 문구를 정밀한 계획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은 정치적 의제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테러 범죄의 핵심 요소로 과잉 해석했다. 또한 법원은 그의 행동이 "준법자들 사이에 공포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법질서의 붕괴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홍콩보안법이 발효되자 홍콩보안법에 따른 판결뿐만 아니라 영국 식민지 시절에 제정된 공공질서 조례 판결 역시 훨씬 가혹해졌다. 홍콩보안법 제정 이전에는 미허가 집회를 조직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벌금만 받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범죄였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틴 리추밍 등의 저명한 민주화 인사들 9명이 미허가 집회를 조직하고 참여했다는 이유로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구류형을 선고받았다.

시민사회단체 및 독립언론 68개 폐쇄되고 교사 및 노조 조합원 징계·체포 이어져
  
 홍콩직공회연맹(HKCTU)이 지난해 9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활동가 안전 문제로 인한 해체를 예고하고 있다. 홍콩직공회연맹은 해체 이후 11명의 노조 간부가 체포됐다
ⓒ AP Archive Youtube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와 독립언론 역시 홍콩보안법 발효 후 줄줄이 폐쇄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홍콩에서는 12개의 언론사, 5개의 학생단체, 4개의 종교단체 등을 포함한 총 68개의 시민사회단체 및 독립언론이 폐쇄되었다. 정치권 역시 궤멸이다. 홍콩 민주진영 정치권의 지도급 인사들은 대부분 2021년 3월 이후 국가 전복 혐의로 최고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중 신세다.

보고서는 노동조합 운동에 대해서 "노동자들의 거리 시위나 대규모 시위는 허용되지 않으며 언제든지 진압할 수 있다"며 "홍콩보안법 제9조는 정부가 노동조합과 관련된 국가 안보 사항에 대한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년간 홍콩에서는 12개의 노동조합이 해체되고 노조 간부들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교사의 90%가 가입해 조합원 수가 95000명으로 단일노조 중 최대인 홍콩직업교사노조(PTU)는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비판에 2021년 8월 해체되었다. 6명의 교사들이 교사 자격이 취소되었고, 185명의 교사들은 징계를 받았다. 특히 본 보고서를 작성한 홍콩직공회연맹의 경우 해체 이후 11명의 노조 간부가 체포됐다.

보고서는 말미에 "홍콩의 운동가들은 근시일내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유지하며, 노동조합과 다른 시민 사회 조직의 생존을 우선시하고,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저항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콩은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이 시진핑 주석에 대해 "홍콩 동포에 대한 깊은 배려, 홍콩 발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중시를 충분히 보여줬다"며 찬양하고 시 주석 방문 직후 시 주석의 어록집을 출판하는 등 점차 노골적으로 친중 행보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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