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세권' 지도처럼 분리배출 지도 함께 그려요"

희망제작소 2022. 7. 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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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셜디자이너 인터뷰①] 지역별 분리배출처 매핑 팀_에코스프링(최현영)

[희망제작소]

올 여름 한껏 높아진 기온과 예측불허의 강수로 부쩍 체감되는 기후위기 문제는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시민이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 정부와 기업, 우리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면 어떨까요?

지난 5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아이디어를 함께 실천하고자 20명의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이하 기후소셜디자이너)'들이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왜 기후소셜디자이너가 되었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요? 두 달여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기후소셜디자이너 4인을 만나봤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에코스프링(최현영)님입니다.
 
 기후소셜디자이너 에코스프링(최현영) 님은 '지역별 분리배출처 매핑' 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 희망제작소
 
먹다 남은 알약이나 소형 플라스틱 제품은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까? 환경을 위해 쓰레기 분리배출을 성실히 하려 마음먹을수록 크고작은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에코스프링(최현영) 님이 속한 기후소셜디자이너 '분리배출팀'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아 누구나 쉽게 분리배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리배출 장소를 지도로 그리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이번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이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단단히 쌓아가는 주춧돌 역할을 해주었다"는 에코스프링 님을 만났습니다.

- 어떤 계기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어릴 적 문화센터를 다녔는데, 평소엔 수강신청이 힘들었던 인기강좌가 신종플루 때문에 텅텅 비는 걸 봤어요. 이후 사스, 에볼라, 메르스에 코로나까지 전염병이 몇 년 간격으로 계속 찾아오는 걸 보면서 어렴풋이 이런 사건들이 환경과 관련되어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이후 기후변화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됐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주어지는 과제를 개인 SNS(에코스프링 활동 자세히 보기)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실천했는데, 주부이다 보니 '분리배출'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공유했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스스로 책도 찾아서 읽고 강연도 들으면서 활동에 더 전념하게 되었죠."

- 기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군요.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 활동하는 원동력은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자녀교육 관련 책이나 강연을 들으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는 잔소리를 하기보다 '엄마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부모로서 변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그러니 아이가 가장 큰 원동력인 셈이에요. 또 SNS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도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돼요. 개인적으로 무얼 만들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온라인 창작활동이 적성에 잘 맞기도 하고요."

- 에코스프링 님의 활동에 대해 가족이나 주변 지인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블로그에 매일 '친환경 분리배출'이라는 제목으로 100일 동안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포스팅을 했어요. 나름대로 100일 동안 콘텐츠를 정리하다 보니 저만의 분리배출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도 환경 콘텐츠를 함께 올리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온라인상의 정보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고, 지역 내에 연결고리도 생겼어요. 그게 모임이 되면서 공유하고 학습하는 장이 생겼고요.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점차 온·오프라인에서의 관계도 확장됐어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만나다가 올해 들어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요. 가정에서의 변화도 있죠. 아들도 기후위기에 대한 감수성이 예전보다 커진 편이에요. 제가 청소년용 환경서적을 함께 읽거나 아들이 먼저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해온다거나, 자녀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경험이 감사하기도 해요."

-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기후소셜디자이너'에 참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부하려고 콘텐츠를 찾다가 '기후위기X시민 강연'을 보았는데, 제가 평소에 하는 활동이 기후소셜디자이너와 닮은 면이 많더라고요. 한편으론 잘 할 수 있을지 겁이 나기도 해서 고민하다가 마감이 임박해서야 아이디어를 제출했죠. 제 아이디어로부터 큰 변화를 만들 거라는 기대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시민과학을 직접 경험해보자는 기대가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만나 같은 목표를 위해 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새롭고 좋은 경험이에요."

-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평소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나요?

"혼자 상상해온 아이디어인데, 겨울이 되면 붕어빵 파는 데를 지도에 업데이트하고 '붕세권'이라며 서로 어디가 더 맛있는지 공유하고 있잖아요. 분리배출 수거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관심 있는 사람이나 활동가들이 먼저 나서서 매핑의 기반을 잘 닦고 이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매핑으로 확대되면 좋겠어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제품에 반영한다든지, 정부의 정책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분리배출 수거처 매핑을 하면서 좋은 점 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팀원들과 눈에 잘 띄지 않고 이용이 뜸한 분리배출 수거처를 찾아내서 매핑을 해나가고는 있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후위기 대응에 더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여전히 고민이에요. 우선 분류기준을 잘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어디는 페트병, 어디는 종이컵만 배출이 가능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수거처가 저마다 다르거든요. 또 어떤 수거처는 라벨 바코드를 찍어야 하고, 다른 곳은 라벨을 제거해 배출해야 하는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에요. 이런 문제점들을 구석구석 매핑하면서 파악할 수 있었어요."
 
 지역별 분리배출처 매핑 팀이 활동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 희망제작소
 
-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얻은 의미가 있다면요.

"혼자라면 용기 내지 못했을 실천을 지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대응 활동은 특별히 어렵지도 않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활동도 아니에요.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정보를 나누고 싶어요. 큰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기분이에요. 기후소셜디자이너 활동은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단단히 쌓아가는 주춧돌 역할을 해요. 그동안 궁금했던 것, 알고 싶었던 것들을 얻어가는 계기가 되었어요."

- 기후소셜디자이너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신가요.

"매번 구체적인 활동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궁금하고 필요한 것을 학습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접점이 많아질수록 저의 활동영역이 점점 확장되는 걸 느켜요. 분리배출 문제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져 돌아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자원순환바라기 분리배출러'이자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 '그린슈머(Green+Consumer)'로서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 콘텐츠를 쌓아가며 '환경크리에이터'로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기후소셜디자이너 '지역별 분리배출처 매핑' 팀은…

희망제작소는 일상 속 아이디어로 문제의 해법을 찾고 함께 실천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민을 '소셜디자이너'로 명명하고, 첫 프로젝트로 지난 3월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를 모집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시민들이 제시한 아이디어 가운데 18건을 선정하고, 유사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응모자를 포함해 총 20인의 기후소셜디자이너를 임명, 주제별로 5개팀으로 나눠 실천활동을 하고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5개팀 가운데 '지역별 분리배출처 매핑' 팀은 누구나 쉽게 분리배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리배출 장소를 모아 기록하고 이를 시민참여로 확대하는 '커뮤니티 매핑' 활동을 했습니다. 지역 내 분리배출이 어려운 품목을 조사하고 다양한 배출 장소를 탐색해 이를 지도앱에 기록하고, 해당 정보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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