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 질문, 시 쓰던 아이"..옛 과외교사가 전한 허준이

권남영 2022. 7. 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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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수학 노벨상'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의 옛 과외 교사가 그의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허 교수가 고교를 중퇴하고 대입 준비를 할 때 수학과 과학 과외선생님으로 1년가량 개인교습을 해줬던 김철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허준이는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지만, 강남의 학원에서 아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느낌하고는 많이 달랐다.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점수를 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5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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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한국 수학자 최초 필즈상 수상 쾌거


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수학 노벨상’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의 옛 과외 교사가 그의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허 교수가 고교를 중퇴하고 대입 준비를 할 때 수학과 과학 과외선생님으로 1년가량 개인교습을 해줬던 김철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허준이는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지만, 강남의 학원에서 아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느낌하고는 많이 달랐다.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점수를 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5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허 교수는 서울 상문고에 다니다가 개인 사정으로 자퇴한 후 홈스쿨링을 받았으며, 2002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입학했다.

과외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수능을 대비하며 과외를 받던 시절부터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다고 전했다. 그는 “물리 쪽에서 난도가 높았던 참고서 ‘하이탑’과 ‘수학의 정석’을 붙잡고 쭉 같이 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요즘 인기가 높은 문제풀이형 수능 대비 교재들과는 거리가 있는, 기본 개념을 철저히 다루는 교재들이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틀에 갇힌 생각보다는 약간 허튼소리도 하고 계속 질문하던 친구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허 교수가 수학과 물리 공부 내용을) 잘 쫓아왔다. 공부할 때는 ‘왜 이래야만 하는가’를 묻고, 엉뚱한 질문을 곧잘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수학이나 물리를) 잘한다고 말하려면 정답을 잘 맞히고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이 푸는 것이 기준일 텐데, 그 기준에 비춰서는 인상적이지 않았다”며 “솔직한 마음으로는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허 교수가) 시를 썼던 기억이 난다”며 “학교 현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동기들과 비교해보면 독특하고 자유로운 기질이 어린 나이에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시가 요구하는 스킬(수능 문제풀이 기술)과 필즈상 받는 건 별 관계가 없는 거 같다”며 “우리 학생들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 수학자로서는 최초 수상이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허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뒤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와 석사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2007년 서울대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학사, 2009년 같은 학교 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는 2014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받았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난 이후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오랜 수학 난제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수학계에 명성을 떨쳤다.

허 교수는 수상 이후 “필즈상 수상자 명단엔 제가 하는 분야인 대수기하학에 큰 공헌을 하신, 저에겐 영웅 같은 분들도 이름이 줄줄이 있다”며 “그 명단 바로 밑에 내 이름이 한 줄 써진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라고 연합뉴스에 소감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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