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 "엘 시스테마 멤버는 영원하다"
“새로운 세대의 음악가를 키우려면 아이들이 음악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엘 시스테마의 상황이 예전만큼 좋진 않지만, 여전히 음악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42)가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야레는 바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베세수엘라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파야레는 “엘 시스테마는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토대로 한다.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 등 수많은 사람이 엘 시스테마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엘 시스테마는 음악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노력과 헌신, 훈련을 열정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을 넘어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엘 시스테마는 지금의 나를 있을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 중심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 정치가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아브레우 박사가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들면서 시작돼 전국 아동 및 청소년이 무상으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확대됐다. 특히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베이시스트 에딕손 루이스,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등 세계 무대를 활동하는 ‘엘 시스테마 키드’들을 배출하면서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한국에서도 2008년 두다멜이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 것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부터 시작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파야레 역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 스타인 두다멜과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다.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으로 활동한 파야레는 아브레우 박사에게 지휘 수업을 받은 후 베네수엘라의 주요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해다. 그리고 2012년 5월 권위 있는 덴마크 말코 지휘 콩쿠르 우승 이후 영국 얼스터 오케스트라가 파야레의 가능성을 보고 2014년 수석 지휘자로 데려간 데 이어 음악감독으로 임명해 2019년까지 활약했다.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빠른 속도로 음악계의 인정을 받은 파야레는 2015년부터 미국 캐슬턴 페스티벌 상임 지휘자, 2019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 심포니 음악감독, 2021년부터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하지만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 속에 아브레우 박사마저 2018년 타계하면서 위축된 모습이다. 연주자들과 음악 교사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데다 아이들 역시 식량난으로 음악 교육을 받기 어려워서다. 파야레는 “엘 시스테마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한 번 엘 시스테마의 일원이 되면 베네수엘라를 떠나도 영원히 엘 시스테마 멤버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베네수엘라를 못 간 지 7년이 됐지만, 어떻게든 음악적으로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야레는 음악 감독 취임 후 첫 내한공연의 협연자로서 5일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6~8일은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한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은 몬트리올 심포니도 나도 세 번째 내한이다. 내 경우 앞서 2008년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2015년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자로 왔었다”면서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처럼 투어를 할 수 있어 기쁘며, 한국을 7년 만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내한공연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는 우리가 관객에게 드리는 ‘오마카세(주방장에게 일임한 특선 메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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