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의 역습" 바뀐 전대 룰에 친명·개딸 뒤집어졌다
“비상대책위원회의 반혁신 룰 세팅을 철회하라.”
더불어민주당 강성 당원 200여 명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개최한 긴급 집회에서 나온 구호다. 이날 집회에선 “우상호 비대위는 당장 사퇴하라”, “8월 전당대회 제대로 치러라”는 요구가 잇따라 쏟아졌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직접 연단에 올라 “(비대위는) 당원들의 권한 행사를 왜 막나. 무엇이 두렵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대위 결정 철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친명계 의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과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비대위의 ‘전대 룰’ 결정에 대해 “국회의원 등 당내 극소수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 등이 돌린 회견문 연판장엔 민주당 의원 39명이 서명했다. 이날 야당 내부에선 “친문·친명의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민주당 당직자)는 평가까지 나왔다.
컷오프·최고위원 규정 변경에 시작된 전면전
하지만 전준위가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실시하기로 했던 예비경선(컷오프) 방식을 비대위가 현행 ‘중앙위 100%’로 수정 의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원 지지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두텁지 못한 친명계 의원들은 여론조사가 사라지면 예비경선 탈락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위가 최고위원 선거에서 2표 중 1표를 같은 권역 후보에 투표하도록 하는 ‘권역별 투표제’도 새로 도입하기로 하자, 주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586과 친문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강하게 반발한 이들은 정청래 의원 등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하던 친명 강경파였다고 한다.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지역위원장 등 600여 명으로 구성되는데, 평소 돌출 발언이 잦은 강경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전 전당대회에서 강경파 이재정 의원이 중앙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된 선례도 있다. 이날 친명계 회견문에 이름을 올린 한 초선 의원은 “이재명 의원은 중앙위 100%로 예비경선을 치르더라도 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핵심 쟁점은 결국 최고위원 선거”라고 말했다.
전날 정 의원 등의 항의를 받은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이날 오전 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하며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안 의원은 “비대위가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인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 글을 쓴 뒤) 우상호 비대위원장에게 전화가 왔지만 나는 안 받았다”며 “전준위 원안대로 룰을 정하지 않으면 나는 전준위원장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충분히 대화했다”…내일 당무위서 최종 논의
당내 친문 의원들은 이날 친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친명계가 당 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다 해 먹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친문 그룹의 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 되는데, 그 옆에 정청래·이수진(서울 동작을)·장경태 의원이 줄줄이 서 있으면 2년 뒤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냐”며 “비대위 결정은 팬덤 정치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의원 출마에 대한 친문 진영의 비판은 이날도 계속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겨냥해 “염치없는 행동을 보면 화가 난다. 기본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보면 창피함을 느낀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러면서 “통렬한 내부 비판과 반성, 그리고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그런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답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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