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文 정권 수사 불공정" 발언에..경찰들 "국기문란" "월권 행위" 반발

채혜선, 우수진 2022. 7.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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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3대 경찰청장 후보자로 현 경찰청 차장인 윤희근 치안정감을 제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지난 정권에서 수사돼야 할 것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 같은 한마디에 경찰이 발칵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경찰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듯한 이런 발언이 현 정권에서의 재수사를 언급하는 맥락으로 읽혀서다. 경찰 내부는 “경찰 수사권까지 통제하겠다는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 정권 수사” 언급한 장관, 경찰 발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은 5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 보복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에서 ‘묻혔을’ 수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행안부 장관이 직접 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발언을 두고 당장 경찰에서는 “수사권 통제”라며 불쾌해하는 반응이 나왔다. “인사·감사를 넘어 수사까지 쥐려는 본색이 드러났다”(경위급 경찰)면서다. 한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예견된 수순이라 행안국 설치에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어서 우리끼리는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경찰대 출신 한 간부도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인데 국가에 충성하는 경찰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는 경찰을 만들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대통령도 아니고 국기문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뉴스1
국가 행정의 사무·치안 등을 담당하는 행안부의 수장이 경찰 수사를 언급한 건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선서 경찰 간부는 “국무총리나 대통령도 아니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를 언급하는 건 도리어 국가를 완전히 흔드는 ‘국기문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 총경급 경찰도 “법무부 장관도 아니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를 언급하는 일은 처음 본다. 현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의외의 일 아닌가”라고 짚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청은 소속만 행안부인 외청이고 정부조직법·경찰법 등 법으로 맞춰져 있는 조직인데 이런 조직을 무시하고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완전한 ‘패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행정부의 정무직 장관이 할 수 있는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수사 이래라저래라 아냐” 한발 물러서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경찰청장 후보자 제청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수사는 경찰청에서 알아서 하는 거고 내가 수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재수사 등을 협의하거나 계획한 것은 없다”는 게 이 장관 설명이다.
이날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윤희근 후보자는 “(이 장관이) 해경에서 있었던 사건(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예로 든 거로 안다. 아직 경찰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보고를 듣지 않아 사안을 파악해보겠다”라고만 반응했다. 이에 대해 경찰 사이에서는 “현 정권이 사실상 고른 인사다. 서서히 조직 장악이 시작되고 있다”(경감급 경찰)며 경찰 수사 독립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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