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비판한 박순애..尹, 임명장 주며 "공격받느라 고생"
“그럼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5일 오전 9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입구. 출근길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 부실 검증 논란에 이렇게 반응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 인사,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어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복되는 인사 문제들은 사전에 검증 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손가락을 옆으로 흔들면서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측근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듯 했는데, 새 정부는 전문성을 위주로 뽑고 있다는 뜻”이라며 “전 정부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 시간가량 뒤 청사 5층 소접견실에선 박 부총리의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지난 5월 26일 부총리로 지명된 지 40일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임명이 늦어져서 뭐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해달라”고 말했고, 만취 음주 운전 논란에 줄곧 시달렸던 박 부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기념촬영에서도 박 부총리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의 인사 관련 발언이 논란을 낳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기자들을 따로 만나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 비판, 이런 것들은 다 잘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한 대목이 또다시 논란을 부르자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그걸 위로하는 뜻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인사를 두고 전 정부와 비교한 뒤 바로 들어가 버렸다’는 비판적 지적에 이 관계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니까 좀 질문을 적게 받자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새 정부의 각종 인사·정책이 논란에 부딪히면 전 정부 사례를 들어 정면 돌파를 시사하곤 했다. 지난 6월 8일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이 불거지자 “과거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지난 4일 인사 논란을 두고도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 문제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해 ‘정치 보복’ 논란이 벌어진 지난달 17일에는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 정부 언급이 잦아지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참모는 익명을 전제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계속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언론 탓, 야당 탓한 게 전 정부의 패턴이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 인선에 대한 비판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박민영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적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박 부총리,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두고 한 지적이었다. 이태규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부총리 임명 강행을 두고 “인사청문회 없는 교육부 장관 임명은 14년 만에 두 번째”라며 “여야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 후반기 의장단 선출이 이뤄진 날 임명이 이뤄진 것이 흔쾌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 인사 중에 훌륭한 사람을 봤냐’는 윤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그분(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하에서 검찰총장을 한 고위급 인사다. 자기 디스한 것 아닌가”(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라고 날을 세웠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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