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필즈상 독특한 규정

이수정, 이경은 2022. 7. 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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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수학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수여되는 데, 상이 제정된 1936년 이래 한국 출신 수학자가 이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필즈상은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 토론토대 수학과 교수가 제안한 수학자들의 상이다. 필즈 교수는 1924년 ICM이 모국인 캐나다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하고 수학계에도 업적을 기리는 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하지만 필즈 교수는 필즈상 제정을 눈앞에 두고 1932년 8월 지병으로 숨을 거두고 만다. 그해 9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ICM에서 필즈 교수의 바람대로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의 제정이 의결됐다. 상의 이름은 제안자의 이름을 따 필즈상으로 부르기로 했다. 4년 뒤에 열린 1936년 ICM에서 핀란드의 라르스 알포르스와 미국의 제시 더글러스가 최초로 상을 받으며 필즈상의 역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2명에게 주어지던 필즈상은 1966년부터는 최대 4명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책
「필즈상 이야기」

에 따르면 독신이었던 필즈 교수는 동생과 가정부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기고, 재산 대부분인 4만5000달러가량을 수학상 기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상은 수학계에서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사람에게 준다. 그런데 독특한 규정이 하나 있다. 바로 만 40세 미만 학자만 선정한다는 나이 규정이다. 여기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앞으로의 연구를 장려한다는 의미에서 젊은 수학자에게만 상을 수여한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수상자가 되려면 필즈상을 주는 해의 1월 1일 기준으로 만 40세가 넘지 않아야 한다. 올해 수상자로 뽑힌 허준이 교수는 1983년생으로 올해 39세다. 다음 필즈상 시상이 2026년임을 고려하면 올해가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필즈상 메달 앞면에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옆모습이, 뒷면에는 수상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진 고등과학원]


필즈상 수상자에게는 1만5000캐나다달러(약 1500만원)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모습이 그려진 금메달을 준다. 지름 63.5㎜, 무게 169g의 이 메달의 앞면에는 아르키메데스의 오른쪽 옆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의 얼굴을 둘러싸고 새겨진 라틴어는 ‘자신을 극복하고 세상을 움켜쥐라’는 뜻이라고 한다. 뒷면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무덤 형상이 새겨져 있고 구와 원뿔에 대한 아르키메데스의 정리가 조각돼 있다. 뒷면에 새겨진 라틴어는 ‘세계로부터 모인 수학자들이 뛰어난 업적에 대해 이 상을 드린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수상자의 이름은 메달의 옆면에 새겨진다.


허 교수를 포함해 올해까지 필즈상 수상자는 총 64명이다. 지난 2022년 수상자까지 미국 국적 수상자가 13명으로 가장 많다. 프랑스가 10명을 배출했고, 러시아(옛 소련 포함)이 9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번에 수상한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우크라이나 첫 수상자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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