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단·지'가 위험하다..애그플레이션에 프로틴플레이션까지

정진호 2022. 7.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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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체활동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물가가 모두 치솟고 있다. 곡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과 육류 등 단백질 공급원의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났다. 3대 영양소는 소비를 안 하거나 줄이기 어려운 만큼 서민 물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쉽게 말해 ‘먹고 살기’가 더 힘겨워진 셈이다.


비싸진 탄수화물…국제곡물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일 발표된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7.4%까지 치솟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6.0%)보다 높다.

밀·옥수수 등 국제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탄수화물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 7월호’를 보면 3분기(7~9월)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2분기보다 13.4% 오를 전망이다.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도 직전 분기 대비 12.5%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밀 수출량의 1·2위를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면서 밀 공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단가가 올랐다. 식용 곡물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르게 된다. 사룟값이 오를 땐 축산물 가격도 오른다. 먹거리 줄인상이 예고됐다는 의미다.

가뭄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인상도 추가로 나타날 전망이다. 긴 가뭄 뒤에 집중호우까지 쏟아지면서 농산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대표적 탄수화물 작물인 감자 가격은 1년 전보다 37.8% 오르는 등 일부 작물은 이미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또 미국 등 국제적 가뭄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국제곡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에 진열된 감자. 연합뉴스


소·닭 가격 20%↑, 단백질 식단 위협


소·돼지·닭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심상찮다. 모두 밥상에 주로 올라가는 대표적인 단백질·지방 공급원이다.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 올랐다. 품목별로 나눠봤을 때 상승률이 석유류(39.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육류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상세하게 보면 돼지고기(18.6%), 닭고기(20.1%) 등이 2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 쇠고기조차 1년 새 가격이 27.2%나 뛰었다. 치즈·우유·두부 등도 지난달 각각 12,2%·6.8%·5.9% 오르는 등 밥상에 단백질 식단을 올리는 게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미·중국 등 전세계 ‘바베큐플레이션’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육류 가격지수는 5개월 연속으로 오르면서 지난 5월 12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돼지고기에 할당관세로 0% 세율을 적용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전 세계적으로 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탓에 체감하긴 어렵다. 1일 중국 도매시장에서도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1주일 전보다 13% 상승하는 등 사룟값 상승 여파가 번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달 초 소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36% 오르면서(미농업국연맹 조사) ‘바베큐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물류대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까지 겹친 여파로 전세계는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는 '식용유 대란'을 겪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식용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3% 뛰었다. 식료품 품목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룟값 인상으로 인한 축산물 상승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는데 국제곡물 가격이 당장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여기에 가뭄과 폭우로 인한 농산물 공급 문제까지 생기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사는 데 지출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이 같은 농축산물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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