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허리띠 졸라매겠다"..'물가 6%' 쇼크에 정부 몸집 줄인다

박태인, 김은지 2022. 7. 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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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물가상승률과 마주한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공공부문 자산 매각과 수백 개의 정부 위원회 축소 방침을 꺼내 들며 정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일각에선 기재부의 건전 재정 전환 기조와 함께 경제 위기에 대응할 윤석열 정부의 긴축 신호탄이 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尹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 정도 상승했다”며 “전 세계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물가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 조정과 공공기관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도 주재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 듣겠단 대통령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포함해 629개에 달하는 정부 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축소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에 존재하는 각종 위원회는 행정의 비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과감하게 정비해 예산을 절감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0여개의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최대 70% 가까이 줄이고 나머지 정부 부처 소속 위원회도 그 효과를 따져 30~50%까지 축소할 예정이다.


‘알박기 논란’ 위원회 거론한 대통령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위원회가 73개가 늘어난 상태”라며 “대통령 직속위원회의 경우 연평균 33억의 예산을 쓰는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부실하고 형식적 위원회 폐지 ▶기능과 목표가 유사한 위원회 통합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부처업무 위원회 부처 이관 등의 기준도 제시했다. 기능이 겹치는 대표적인 위원회로는 대통령 직속의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거론했다. 두 위원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들이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연임되며 ‘위원회 알박기’ 논란이 있었던 곳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위원회는 통합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한 내부 전열 다듬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위원회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야당이 순순히 협조해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국회의 협조가 없을 경우 파견 인력 복귀와 예산 삭감을 통한 무용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제1회 여성기업주간 '여성경제인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 수여식'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나토 정상회의 경제안보 재차 강조


윤 대통령은 정부 지출 축소와 함께 경제안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의 화두였던 국제사회 연대와 공급망 등을 재차 언급했다. 물가 등 경제 위기가 닥칠 때면 국내 현안에 집중하던 전임자들과는 결이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연대를 통해 안보 위기와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목격했다”며 “우리가 직면한 국내외적 위기도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해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나토가 자유민주주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윤 대통령이 절실히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주변 참모들에게도 “국제사회가 국제 연대에서 빠진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선 아주 냉철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순방을 다녀오면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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