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금융' 논란에 이복현 "대출 금리 인하 의견, 조심스럽다"

송승환 2022. 7. 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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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금리 인하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 원장은 5일 "감독 당국으로서 의견을 내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발언 수위를 낮췄다. 지난달 23일 “은행의 공적 기능은 법에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이 원장의 '이자 장사' 경고 이후 시중은행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내리며,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을 의식한 듯한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이날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준 부분에 관해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여전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카드론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냐’는 질문엔 “언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가계대출과 취약 차주(대출자)의 위험 요인을 강조했다. 그는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자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가 오르면 건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사가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곤경에 처한 차주가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현금서비스와 결제성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등으로 수요가 쏠릴 위험도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이용 금액이 증가하는 결제성 리볼빙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신협회 등과 협의해 리볼빙 설명서를 만들고, 취약차주 가입 시 해피콜을 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여전사가 유동성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유동성 위기가 가장 핵심적인 위험 요인”이라며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비상자금 조달 계획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비중이 늘어나는 여전사의 부동산 PF대출에 대해선 전수 점검을 하기로 했다. 여전사의 대출 총액 중 PF대출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8.3%로 지난 3년간 13.9%포인트 늘었다. 이 원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담보물이 아닌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거액의 외환 이상 거래 정황이 발견된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사한 이상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은행권 전체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외환검사팀을 별도로 꾸려서 보냈고 이후에도 추가 증원을 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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