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첫 경찰청장에 '초고속' 승진 윤희근.."엄중한 상황 속 책임감"

위문희, 우수진 2022. 7. 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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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에 윤희근(54)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윤 후보자는 5일 오전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을 심의하기 위한 국가경찰위원회 참석에 앞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엄중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가경찰위는 이날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에 동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오후 윤 차장을 경찰청장 후보자로 제청한다고 했다.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김창룡 이어 3연속 경찰대 출신 내정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임명되면 7개월 만에 두 계급을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사례로 기록된다. 윤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지난 5월엔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에 올랐다. 경찰은 22대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달 23일까지 임기인 김창룡 경찰청장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경찰대 출신의 치안 총수를 맞이하게 된다. 김창룡 청장이 경찰대 4기여서 세 기수를 뛰어넘는 기수파괴 인사로도 평가된다.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윤석열 정부가 윤 후보자를 초대 경찰청장으로 발탁한 건 안정적인 조직 관리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소속 장유석 청주상당경찰서 직협회장과 윤홍선 인천삼산경찰서 직협 회장, 경남청 김건표 경위가 5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릴레이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경찰국 설치 논란 수습과 행안부 조율이 과제


차기 경찰청장은 조직의 최대 현안인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일선 반발을 달래면서 행안부와 긴밀히 조율하는 게 주요 과제다. 윤 후보자 내정 소식이 전해진 5일 세종시 행안부 앞에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관들이 삭발식을 열고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주 이상민 장관과 개별 면담을 가진 윤 후보자는 국가경찰위에서 임명제청 동의안이 통과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경찰권의 중립성·책임성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면담 내용을 전했다.

윤 후보자는 행안부에서 인사권과 감찰권까지 주도할 경우 경찰청장의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사권은 장관의 법적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인사 제청권 등을 보좌할 지원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내용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청장의 인사권과 장관의 제청권이 충분히 협의를 거쳐 조화롭게 행사되면 청장의 인사권이 형해화된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찰권도 법 제정 한도 내에선 어려운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차기 경찰청장은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구성한 검경 실무 협의체 논의에서 경찰의 목소리 반영이란 과제도 안고 있다. 윤 후보자는 “본래의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임수사체제가 확립됨으로써 국민에게 안심을 줄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제청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경찰 내 대표적 ‘정보 라인’…중국어 실력 유창


충북 청주 출신인 윤 후보자는 청주 운호고와 경찰대(7기)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경위로 임관했다. 윤 후보자는 서울경찰청 정보과장과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과 경비국장 등을 역임한 경찰 내 대표적 ‘정보통’으로 분류된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하는 등 중국어가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업무 처리 방식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측과 대선 전부터 인연


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 출신이다. 대선 과정에서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됐던 경찰 출신 이철규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이 2010~2011년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낼 때 윤 후보자는 서울청 정보과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뒤 충북경찰청 정보과장을 지냈다. 지난 2020년 7월 취임한 김창룡 청장은 지난달 27일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사의를 표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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