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폭염에 열사병 작년의 3배.."마스크, 한낮 야외서 벗어야"

어환희 2022. 7. 5. 16: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오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야외에 설치된 냉방기 앞에 서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예년보다 일찍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5월 중순 온열질환자 집계를 시작한 이후 환자가 500명 가까이 발생했는데,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뛴 수치다. 오는 주말까지 무더위가 계속된다는 예보가 나온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자, 지난해보다 3배 '껑충'…사망자 5명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49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치(152명)의 3.2배 수준이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2명이 더 발생해 총 5명으로 늘었다.

온열질환은 인체가 지나치게 더운 환경에 노출돼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오르는 열사병, 체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열탈진, 팔·다리 등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7년~2021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9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만 39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절반 가까이(48.3%)가 낮 시간대인 12~17시 사이에 나타났다. 발생 장소는 약 78%가 실외에서 발생했는데, 실외 작업장(31.5%), 논‧밭(13.5%), 길가(11.6%) 순으로 나타났다. 실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집(9.8%)과 실내 작업장(6.2%)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로 파악됐다.


거리 유지되는 야외에선 '노마스크' 권장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시간대인 12시~17시 사이에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챙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한낮에 야외에서 활동을 할 때는 마스크를 벗는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호흡이라는 과정은 우리 몸에 있는 열을 빼내는 과정이기도 하다"면서 "야외에 있고, 사람들과 1~2m 거리가 확보되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숨을 쉬는게 좋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노인, 영유아 등은 마스크 때문에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온열질환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도 있다"며 "거리가 유지되는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고,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나 대중교통에서는 철저하게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KF94 같은 보건용 마스크보다는 가볍고 숨쉬기 편한 덴탈 마스크가 낫다는 의견도 있다. 폭염 속에서는 마스크 내부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 온열질환에 걸리기 쉽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응급의학과 매튜 레비 교수는 지난 2020년 보도자료를 통해 "여름철 마스크 착용은 온열질환 위험 요소가 될 수있다"라며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쓸 때는 온열질환을 피하기 위해 호흡이 잘 되는 마스크 종류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세 미만 영유아, 비만·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자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이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으며 열사병 환자가 속출한 일본에서는 의사단체가 야외 활동 시 마스크를 벗으라고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는 이들이 드물다. 일본의사회는 "(다른 사람과) 거리가 확보되는 야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며 "마스크를 벗고 숨을 쉬면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타당한 당부"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한낮의 햇볕 아래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질병청은 폭염 시에는 갈증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하고, 어지러움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할 것을 권고했다. 또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겨 물수건·물·얼음 등으로 몸을 닦고 체온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환자에 음료수 등을 억지로 마시게 하면, 질식 위험이 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119에 신고해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폭염 대비 건강수칙 포스터. 질병관리청.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