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송환되면 최장 200년?..父 고발로 아동 性착취물 손정우 징역 2년 [法ON]

김수민 2022. 7. 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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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증거인멸할 우려는 없지만 도망할 우려가 있어서 법정 구속을 선고합니다. 피고인 의견 있나요?” 손정우=“(아주 작게) 죄송합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씨가 5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추가로 징역 2년에 법정 구속이 선고됐습니다. 손씨의 아버지가 2020년 5월 아들을 직접 고발한 사건 때문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배경부터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인 손씨는 아동 성착취물계에서는 세계적 ‘거물’이였습니다. 전용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다크 웹(Dark Web)을 통한 대규모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각국 수사기관이 추적했죠. 미국을 비롯해 32개 나라 수사기관이 대대적인 공조수사를 벌였고 손씨를 아동성착취물 제작·유포·불법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한 뒤 한국 정부에 송환을 요구한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 송환되면 종신형에 가까운 훨씬 중한 형이 선고될 것을 걱정한 아버지의 의도적 고발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씨가 지난2020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5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및 도박 혐의로 기소된 손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할 말이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변호인 없이 홀로 법정에 선 손씨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죄송합니다”고 속삭이듯 대답했죠.

조 판사는 “피고인이 장기간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철저하게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점이 일부 기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던 때부터 범죄 수익을 숨기기로 마음먹고 약 2년 8개월동안 4200여회에 달해 복잡한 환전을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한 점이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은닉했다는 것입니다.

손씨는 아동 성 착취물 판매로 얻은 4억여원을 암호화폐 계정과 아버지 명의 계좌 등으로 ‘세탁’해 현금화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중 약 560만원을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쓴 혐의도 있습니다. 손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아빠가 아들을 고소·고발했다… 왜?


손씨는 아동성착취물 판매 등이 주된 혐의지만 이 사건과는 별도입니다. 손씨는 당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473명에게 성 착취물을 7293회 판매한 혐의를 인정받아 2심에서 징역 1년6월이 확정됐고, 2020년 4월 만기출소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쯤인 같은해 5월 손씨의 부친(54)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손씨를 고소‧고발하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는 아들 손씨가 낸 할머니의 병원비가 범죄수익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범죄인이 구속된 날로부터 2개월 안에 인도허가, 거절, 각하 중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뉴스1


이 배경에는 손씨가 감옥에 있던 2019년 10월, 그러니까 아버지의 고소‧고발 수개월 전 미국 워싱턴DC 연방 대배심(중대 범죄의 강제 수사 및 기소를 위해 연방검사가 소집하는 배심원단)은 손씨를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광고 및 돈세탁 등 6개 죄명과 9개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해줄 것을 우리나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범죄 자금 세탁 규모가 50만달러(한화 약 6억4000여만원) 이상이면 건당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 50만 달러 이하인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손씨에겐 자금 세탁 혐의만 3건이 적용됐습니다. 반면 국내에선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 벌금 3000만입니다.

손씨는 또 한국에서 이미 처벌받은 아동성착취물 관련 범죄도 미국에서 별도 처벌받을 수 있어 최소 50년~최대 20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손씨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약한 국내에서 재판을 받는 게 유리한 것이죠.


6개월 영아 성착취물 손정우, 美 송환 피했다


손씨가 붙잡힐 당시 8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 2만 개가 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영상물 중에선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나오는 것도 발견됐습니다. 실제 미국 공소장에 드러난 피해 아동·청소년들의 나이 역시 6개월~10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 연합뉴스


그 후 미국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서울고법은 미국 송환을 불허했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결정을 내린 수석부장판사에 대한 대법관 후보 자격을 뺏자는 청원이 20만명 동의를 돌파할 정도로 비판 여론이 거셌습니다.

미국 송환을 피하려던 아버지의 ‘고육지책’으로 촉발된 고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손씨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1심에서 법정구속 됐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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