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K-전장' 가속페달 밟지만 테슬라·엔비디아와 다른 방향, 왜
“전장(電裝)은 이미 전장(戰場)이 됐다.”
국내 전자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 자동차가 ‘스마트 디바이스’로 여겨질 만큼 전자·전기 장비의 비중이 높아진 데다 전기차로 전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LG전자는 5일 올 상반기에 신규 수주 8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VS사업본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시스템, 5세대 통신(G) 텔레매틱스(V2X·차량 통신) 시스템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 상반기 수주액 8조원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인 약 60조원의 13%를 넘어서는 성과다. 2013년 신설된 VS사업본부는 올 2분기 사상 첫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
이 밖에도 2018년 인수한 ZKW의 차량용 조명시스템, 세계 3위 자동차부품사인 마그나와 합작한 LG마그나 e파워트레인 등의 핵심사업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는 물론, 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등 전장 관련 관계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전자 전장 사업의 경우, 인포테인먼트·e파워트레인·차량용 조명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일찌감치 전장 분야를 차세대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꾸준히 투자를 늘려왔다. 2017년 당시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 주력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장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온반도체(SoC) ‘HW 4.0’의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퀄컴 등과 경쟁하는 인포테인먼트, 5G 통신용 SoC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미래 차의 기능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차량 내에서 각종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초고속통신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신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에는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했다.
전장을 넘어 미래 차 주도권 경쟁으로
이른바 ‘K-전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래 차의 첨단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과는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칫 하드웨어 제조사나 부품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자율주행 전기차 플랫폼과 SoC를 자체 개발했고, 슈퍼컴퓨터 ‘도조’를 통해 AI 머신러닝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과거 그래픽카드 업체였던 엔비디아는 이미지 처리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선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됐다. 엔비디아는 다임러그룹과 손잡고 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며, 미래 차 플랫폼을 신생 완성차 업체에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엣지 AI(Edge AI·현장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말과 클라우딩 시스템 결합) 기반의 미래 차 플랫폼이 테슬라·엔비디아 등에서 구현되는 상황에서 전장 분야 전반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전자업체들이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면 ‘인지-판단-제어’의 미래 모빌리티 전체 기능 가운데 반도체나 센서 등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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