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기름값이 2200원인데"..힘빠지는 서해 공무원 공세
문재인 정부 때 북한군에 숨진 이대준씨 사건을 파헤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오는 6일 활동을 종료한다.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5일 중앙일보에 “그간의 활동을 총정리 해 보고하는 기자회견(6일)을 끝으로 TF 활동이 종료된다”며 “국가가 우리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사후에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한 사건이 민주화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TF가 널리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이씨의 자진 월북 결론을 번복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진상 규명을 강조한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으며 발족한 국민의힘 TF는 지난달 21일부터 16일동안 해양경찰청,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 기관을 방문하며 사건을 재조명해왔다. 특히 이씨의 월북을 단정한 해경의 수사가 조작됐을 가능성, 정부의 구조 노력이 미흡했다는 주장 등을 뒷받침 할 관계 기관의 진술과 자료를 공개하며 야권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TF와 함께 전 정권과 야권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유족의 의혹 제기를 외면했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을 넘어 ‘북로남불’”이라고 비판하거나, 사건 당시 청와대 지시 사항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촉구하며 “(민주당은) 세월호의 진실은 인양하겠다면서 왜 서해 피격 공무원의 진실은 무려 15년 동안 봉인하려고 했나”라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민의 의문이 있는데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 보이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발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민의힘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27일 맞불 성격의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를 구성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TF가 제기한 여러 의혹을 풀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사건 전후의 청와대 논의·지시 사항이 담긴 대통령기록물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최장 15년 간 비공개가 가능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민주당과 이를 협의하지 못했다. 또 TF 위원장인 하 의원이 사건 조작 정황의 배후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에도 “사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필요한 협조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낸 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렇다 할 새로운 단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TF 활동이 종료된 것이다.
향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노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모두 들춰보며 진상 규명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 후 만난 기자들에게, 2019년 7월 군이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는 이유로 합참의장이 청와대 조사를 받은 일을 언급하며 “이대준씨 사건과 별개로 국가안보문란 실태 조사 TF를 새롭게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2019년 11월 2일 북한 어선을 타고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온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포박하고 눈을 가려 북송한 사건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할 사안이 있는지를 TF가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보다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선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TF 활동에 대해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라며 “고유가, 고물가로 인한 경제난이 가중되고 정당 지지율이 수 주 째 떨어지고 있는데 정치 공세만 하고 정책적 뒷받침은 없는 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은 “지지율이 오를 요인이 없으니 일부러 과거 정부 잘못을 들추는 것 같다”며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됐을 때 많은 국민이 사정 정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이 걱정이 현실화하는 과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본지 인터뷰에서 “해수부 공무원은 안타깝지만 그게 중요하냐. 지금 기름값이 2200원인데”라며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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