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감춘 꼼수" 피해자 분개..'무면허 뺑소니' 前서장 무슨일 [사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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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 '전·현직 경찰 비리' 수사 착수
면허 없이 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난 전직 경찰서장을 경찰이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주지검은 5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및 사고 발생 시 미조치)과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고발된 전직 경찰서장 A씨와 현직 경위 B씨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외 내용은 수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알리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4분쯤 전주시 덕진구 한 교차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BMW 차량을 몰다 접촉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당시 싼타페 차량에 타고 있던 2명이 팔목과 목 등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피해 차주 신고로 경찰은 4시간 만에 A씨를 붙잡았다. 피해 차주 측은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사고 시점부터 시간이 오래 흘러 측정해도 나올지 모르겠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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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서장 측 '1800만 원 주겠다' 합의 후 번복
A씨는 사고 당일 지인을 보내 피해 차주 측과 '1800만 원을 주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이튿날 "법의 처분을 받겠다"며 번복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전직 경찰 간부(총경)라는 사실을 안 피해 차주 측은 "당시 A씨 지인이 'A씨 따님이 현직 판사고 사위가 경찰인데 거짓말하겠느냐', 'A씨가 최근 1년 6개월 사이 이와 유사한 사건이 5번이나 있었다'고 말해 믿었다"며 "A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려고 꼼수를 쓴 것 같다"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고 지역 관할 경찰서장을 지낸 A씨를 봐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A씨와 담당 수사관을 지난 1일 검찰에 고발했다. 애초 검찰에서는 "법이 바뀌어서 중요 사건 아니면 경찰에 가서 고발하라"며 고발장 접수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 비리 사건이니 받아 달라'고 재차 얘기했고, 담당 계장이 고발장을 읽어 보더니 "'여기(검찰)로 와야겠네요' 하고 (고발장을) 받아줬다"는 게 피해 차주 측 설명이다.
부실 수사 논란…경찰 "전직 경찰인지 몰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면서도 "A씨를 붙잡았을 땐 전직 경찰인지 몰랐고, 뒤늦게 취재에 나선 언론을 통해 인지했다"며 축소 수사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초동 조처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A씨와 연락이 늦게 닿아 파악이 좀 늦어진 면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A씨가 거짓 진술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서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차 주인은 맞지만 운전한 건 내가 아니다"고 했다가 이후 "내가 운전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에서 "누군가 내 차를 들이받고 달아난 것으로 생각해 (그 차를) 쫓아가느라 현장을 벗어난 것"이라며 도주 혐의를 부인했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맡았던 사건을 전북경찰청 교통조사계로 이관했다.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무면허 운전과 도주치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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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기' 의혹도…강황수 전북청장 "연락한 적 없다"
경찰은 사고 전후 A씨 동선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조사 결과 A씨 차량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 영상이 없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한 뒤 기기 결함으로 기록이 안 됐는지, A씨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일부러 영상을 삭제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정덕교 전북경찰청 교통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고 세밀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신병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도입부라 종합적·입체적으로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따져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A씨가 강황수 전북경찰청장의 경찰 선배여서 봐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윗선 개입'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씨와 같이 근무한 적은 있지만 연락을 안 한 지 5년도 넘었다"며 "이 사건은 사심 없이 (전북청) 교통과장이 책임 지고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 차주 측은 "경찰은 믿을 수 없으니 더는 경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피해 차주 측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덕진경찰서에서 이미 영상 녹화 조사를 받아 충분히 할 말은 다했다"며 "조사는 검찰에서만 받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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