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허약한' 지지율.. 2030, 등 돌렸다 [엄경영의 정치읽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 왼쪽부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
ⓒ 오마이뉴스 |
역대 대통령들은 강력한 지지기반을 통해 탄생했다. 지지기반은 대체로 지역이 중심이었고, 세대가 추가로 결합했다. 최근엔 세대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지역+세대' 구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은 영남(대구경북+부산경남)과 60대 이상의 지지가 중심이 돼 집권했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호남과 젊은층 지지로 집권에 성공했다.
▲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2022년 6월 5주차 발표자료 중) |
ⓒ 한국갤럽 |
김대중·문재인, 강력한 지지기반 덕분 '롱런'
김대중 전 대통령도 호남과 젊은층 한계를 벗어나 지역연합(호남+충청)으로 지지기반을 넓히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임기 5년차에도 30% 내외의 긍정평가를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굴곡이 많았다. 정몽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파기 후 대통령에 당선했지만 임기 1년차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보수정서가 강한 영남의 한계가 지속됐고 호남도 때로는 관망세를 보이곤 했다. 노 전 대통령 긍정평가는 2030 지지로 20∼30%를 오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기반(지역+세대) 대신 실용(경제+중도)에 힘입어 당선했다. 그의 고향은 경북 포항이었지만 수도권 연고(현대건설+종로 출마+서울시장)로 인식됐다. 당내 경선에선 영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고전했지만 2007년 대선에선 전 지역·연령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잠깐 52%를 찍었을 뿐 그 뒤로는 한 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강력한 지지기반(영남+충청+60대 이상)을 구축했고 이 때문에 탄핵국면 이전까지 긍정평가를 상당히 높게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통령 중 가장 두터운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영남 외 전 지역, 60대 이상 외 전 세대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집권했다. 문 대통령 집권 기간 세 번의 전국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지지기반의 약화가 진행됐지만 호남과 수도권, 4050에선 흔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임기 말까지 40%를 지킨, 유일한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요즘 윤석열 대통령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가 화제다. 윤 대통령은 임기 두 달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무대(나토 정상회의)에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지지율은 되레 하락세다.
ARS 방식의 리얼미터와 KSOI에선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어섰다. 전화면접 방식인 한국갤럽에서도 긍정평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긍정 43%, 부정 42%). 같은 방식인 NBS에선 긍·부정 격차가 축소되는 흐름이다(긍정 45%, 부정 37%).
장관 등 인사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손꼽히긴 하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임 대통령은 대부분 인사 논란을 겪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보다 구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입문 9개월 만에 '진보 심판 및 정치 심판 여론' 때문에 당선했다. 박 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대표 등은 여전히 영남과 세대 등에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대선 시기에 이들의 지지를 한데 모았을 뿐 '윤석열 지지'로 굳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 지지기반 성격은 이명박과 비슷하다. 김영삼과 박근혜는 영남과 60대 이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구축한데 비해, 윤 대통령과 이명박은 정치적 어젠다에 의존했다. 윤 대통령 공정과 상식, 이명박은 경제와 실용이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에겐 콘크리트가 당초 존재하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허약하다.
이를 방증하는 사례가 2030 이탈이다. 2030은 2021년 4.7 재·보궐에서부터 지난 3.9 대선, 6.1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 선거승리의 일등공신이다. 그동안 이들은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와 정당후보에 투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국민의힘 지지로 옮아갔다. 다만 6.1 지방선거에선 2030 투표율이 30%대에 머물러 정치무관심층이 급증하고 있다. 또 최근 이들 연령에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율도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권위적인 언어와 행동도 국정수행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갤럽 6월 5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적/일방적'이란 응답이 7%를 나타냈다. 인사 18%, 경제·민생 10%에 이어 세 번째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태도·소통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탈권위주의, 수평적 리더십을 부각했던 김대중,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초기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이명박, 박근혜는 신권위주의 행태를 보이면서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강인선 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임기는 여전히 5년이나 남았다. 윤 정부의 성공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아직 희망적인 징후도 있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리얼미터, 3.5%)에선 나쁘지만 높은 조사(NBS, 응답률 18.2%)에선 상대적으로 좋다. 이는 윤 대통령 소극적 지지층이 응답률 낮은 여론조사에 응답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일테면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도어스텝핑(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질문하자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다. 국민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두 가지 이유로 국민여론과 괴리가 있다. 우선 여론조사 지지율은 곧 국민 생각을 반영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여론조사 '지지율과 국민의 분리 대응'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 지지율을 애써 무시하는 것처럼 비치는 말도 윤 대통령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라면 "무겁게 받아들인다.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말'이라도.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구조적인 진단에서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 영남과 60대 이상의 지지를 강화하는 진영적 접근이든, 중도확장을 추구하는 국민통합 드라이브든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지지기반이 약했던 이명박은 금융위기 극복,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임기 3년차에 40% 중후반을 회복하기도 했다. 즉 이명박 정치 어젠다였던 '경제·실용'에서 성과를 냈을 때 지지율이 올랐다. 윤 대통령도 정치 어젠다인 '공정·상식'에서 성과를 낸다면 반등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30 지지율 회복은 간단치 않다. 최근 2030 보수정당 지지는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 6.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2030 무관심층 급증은 보수정당으로부터 이탈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사실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승은 60대 이상 몰표 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한번 흐름이 생겨나면 당분간 유지되기 마련이다. 무관심층, 무당층으로 옮겨간 2030은 언제든 윤 대통령과 보수정당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와 '친윤석열'간 당내 갈등도 2030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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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 6월 5주차 리얼미터(자체), 6월 27일~7월 1일 조사 - KSOI(tbs 의뢰), 7월 1일~2일 조사 - 6월 5주차 한국갤럽(자체), 6월 28일~30일 조사 - 전국지표조사(NBS),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자체), 6월 27일~29일 조사 *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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