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 수제맥주 팔아 우주로..'괴짜 맥주'의 반란
“맥주 팔아서 우주 갈 겁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을 이끄는 전동근 대표(29)가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말이다. 처음 들을 때는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맥주를 판 돈으로 우주여행을 가겠다는 것인지. 맥주와 우주는 도무지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 대표 설명을 조금 더 듣다 보면 놀랍게도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쥬시후레쉬맥주’ ‘불닭맥주’ 같은 ‘괴짜 맥주’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근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오른 전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맥주서 기회 잡은 ‘우주 덕후’
▷맥주로 자본 모아 우주 간다 ‘큰 그림’
대체 맥주와 우주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
그의 논리는 이렇다. 대학 시절 창업을 결심했을 때부터 그는 ‘우주 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단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우주 산업에 큰돈을 벌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착륙한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친분을 맺고 있을 정도로, 우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진심’이다.
하지만 우주 산업이 어디 한두 푼 들어가는 일이던가.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막대한 자본금이 필요했다. 그 돈을 ‘수제맥주’로 벌겠다고 결심했다. 창업 5년 차인 전 대표의 꿈은 10년 차인 2028년에 더쎄를라잇브루잉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제품으로 획일화돼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봤습니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맛의 맥주를 빠르게 내놓는 것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맥주 레시피 만드는 CEO
▷다양성 맥주로 ‘컬래버 괴물’ 등극
더쎄를라잇브루잉이 단기간에 매출 100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전 대표의 ‘남다른 도전 정신’이 빛을 발했다. 따지고 보면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수제맥주 ‘후발 주자’다.
하지만 요즘 편의점에 깔려 있는 맥주를 살펴보면 더쎄를라잇브루잉 제품이 더 많다. 세븐일레븐 맥주 판매 1위를 기록한 ‘쥬시후레쉬맥주’부터 시작해 골뱅이와 어울리는 ‘유동골뱅이맥주’, 삼양 인기 라면 ‘불닭볶음면’과 컬래버한 ‘불닭맥주’, 아기공룡 둘리 IP를 활용한 ‘고길동에일’까지. 현재 11종의 수제맥주가 편의점을 비롯한 여러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7월부터는 농심 새우깡과 협업한 ‘깡맥주’ 판매도 시작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유명 대기업 협업 제품을 속속 따내고 있는 모습이다.
후발 주자인 더쎄를라잇브루잉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 대표는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고 설명한다. 전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브루어(맥주 양조사)’ 출신 CEO다. 실험 정신도 투철하다. 이를테면 ‘불닭맥주’를 준비할 때는 “매운 맥주를 만들겠다”며 ‘캡사이신’을 넣은 맥주를 시제품으로 만들었다 직원들 만류로 방향을 선회했다. ‘쥬시후레쉬맥주’를 만들 때는 롯데제과를 설득해 껌에 들어가는 오리지널 향료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제품 성공 여부를 떠나 기업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맥주’보다는 ‘독특하고 다양한 맥주’를 지향하는 저의 맥주 철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2년간 무급으로 일하며 기술 배워
전 대표와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그의 ‘실행력’이다.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해내고 마는 실행력과 도전 정신은 이제 그의 가장 큰 무기로 자리 잡았다.
수제맥주 사업에 막 발을 들였던 미국 유학 시절 일화가 대표적이다. 맥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미국 유명 수제맥주 브루어리 한 곳 한 곳에 연락을 보내기 시작했다. ‘돈 받지 않고 일할 테니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었다. 업체마다 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매일같이 수제맥주 공장 투어를 신청해 찾아가는 등 어떻게든 ‘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미국 미시간주에서 세 번째로 큰 양조장인 ‘쇼트브루잉컴퍼니’와 연이 닿았고 2년 넘게 무급으로 일을 하면서 선진 맥주 양조 기술을 배웠다.
그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일화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남달랐다. 특목고 학생이었던 그는 스타스포츠와 메가스터디 후원을 받아 ‘특목고 축구리그’를 만드는가 하면 연예인 축구단과 자선 경기도 진행했다. 글로벌 청소년 창업 경진대회인 ‘세이지’를 국내에 안착시킨 이도 그다. 세이지 월드컵 한국 유치 관련 제안서를 만들어 코트라에 제출했고, 도전 정신에 탐복한 코트라 관계자와 함께 나이지리아까지 직접 날아가 ‘세이지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했다. 그렇게 한국에 세이지코리아를 이식해왔다. 미국 유학 중이던 대학 시절에는 ‘초 스피드 졸업’에도 성공했다. 교수와 학교를 꾸준히 설득한 끝에 ‘초과 수강’ 허락을 받아냈고 2년 3개월 만에 졸업장을 따냈다. 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캘러머주대에서 역대 최단 기간 졸업생이 바로 전 대표다.
세계적인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인연을 맺은 것도 집념의 결과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버즈 올드린의 강연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차로 13시간을 달려 무작정 강연장으로 향했다. 버즈 올드린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비장의 무기로 ‘클레이 피규어’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다. 버즈 올드린의 모습을 딴 토기를 제작해 그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지금도 버즈 올드린은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오갈 만큼 그와 깊은 친분을 맺고 있다.
▶2028년 유니콘 계획 ‘차근차근’
충남 보령에 아·태 최대 규모 공장 설립
더쎄를라잇브루잉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우주’에 갈 수 있을까. 전 대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충남 보령에 새로 짓고 있는 ‘수제맥주 공장’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현재 더쎄를라잇브루잉 공장의 월 생산 가능량은 약 50만캔(500㎖ 기준). 하지만 올해 말 보령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400만캔까지 늘어난다. 보령 공장은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 수제맥주 공장으로 맥주뿐 아니라 콜라나 탄산수 같은 다른 음료 생산도 가능하다. 가동률 100%를 가정할 경우 1년에 음료 1억4800만캔을 뽑아낼 수 있게 된다.
“맥주는 결국 ‘맥아 맛·알코올·탄산·음료’입니다. 맥주를 만들 수 있으면 탄산음료나 일반 음료도 당연히 만들 수 있어요. 음료 OEM 생산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보령 머드 축제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내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자신합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6호 (2022.07.06~2022.07.1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