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은 미친 짓, 망국적 범죄".. 보도인가 막말인가
[민주언론시민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2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탈원전정책 폐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탈원전은 찬반양론이 장기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문제인 만큼, 어떤 사안보다도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합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 발언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과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중앙일보 '탈원전 폐기' 보도 28건 가장 많아
▲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관련 보도건수(6/22~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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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28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조선일보와 서울경제 각각 26건, 한국경제 25건, 문화일보 23건순이었습니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매일경제도 10건 넘게 보도하며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만 보도건수가 10건 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원자력공장 방문과 탈원전 폐기 발언을 시작으로 탈원전 반대 인사를 초청한 6월 27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 소식을 전하며, 각종 팩트체크를 통해 이미 반박된 바 있는 '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정책'을 또다시 꺼내들었습니다.
'탈원전 부메랑'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은 탈원전 탓?
▲ 탈원전 정책을 한전 전자와 전기료 인상 원인으로 지목한 보도(6/22~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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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사설/결국 전기료 인상…탈정치 전문가 조직에 요금 결정 맡겨야>(6월 28일)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지지율을 의식해 공공요금을 억눌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탈원전정책 부작용까지 겹쳐 더 이상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동서남북/수조원대 전력기금, 얼마나 더 쌓을 건가>(6월 28일 김승범 기자)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한다며 값싼 원전 비중을 낮추고 비싼 태양광·풍력과 LNG(액화천연가스)를 늘리면서 한국전력의 적자는 방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신문은 사설·칼럼이 아닌 기사에서조차 제목에 '탈원전 부메랑', '탈원전 청구서', '탈원전 후폭풍'과 같은 조어를 사용하며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문화·동아·서울·매경 "탈원전은 '미친 짓' '망국적 범죄' '자해극'"
▲ 자극적 표현으로 탈원전 정책 비판·비난한 보도(6/22~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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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는 <사설/윤 "탈원전 바보 짓" 개탄에 어깃장 놓은 산업부 공청회>(6월 23일)에서 "탈원전은 '바보 짓'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표현은 점잖은 편"이라며 "엄청난 국익 훼손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탈원전은) '미친 짓'이며 망국적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도 <필동정담/탈원전은 미친 짓>(6월 25일 박봉권 논설위원)에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을 "자해극", "바보짓을 넘어 정신 나간 짓, 미친 짓"으로 규정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박제균 칼럼/대한민국 vs 대안민국>(6월 27일 박제균 논설주간)에서 "(탈원전 등) 대안현실을 진짜라고 믿은 대통령과 추종자들이 국정(國政) 곳곳에 질러놓은 정책 실패의 덩어리들은 이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민에게 청구서를 들이민다"고 했습니다. 탈원전은 가상현실이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에게 청구서(전기료 인상 등)를 들이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탈원전정책은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 원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탈원전정책이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의 원인일까요? 경향신문과 한겨레 진단은 달랐습니다. 경향신문은 <한전 사상 최대 적자, 원인이 '탈원전'?>(6월 23일 박상영 기자)에서 "한전의 불어난 적자는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만큼, 정치 쟁점화 대신 요금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으로 돌린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집권 첫해에 비해 늘었다"며 "원전 이용률도 올해 들어 상승하는 추세"라고 확인한 것입니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이 늘었는데도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전기요금 동결" 결국 폐기, 전 정부 탓 말고 사태 직시해야>(6월 28일)에서 "탈원전정책은 전기요금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천연가스 가격 폭등도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의 일"이라 탈원전정책으로 천연가스 사용이 늘면서 전기료를 인상하게 됐다는 윤석열 정부나 여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타파 "문재인 정부 탈원전 없었다", 뉴스톱 "탈원전 세계 추세"
뉴스타파는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6월 16일 조원일 기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친원전 진영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탈원전의 실체는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연간 에너지원별 발전량 지표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2021년) 동안 원전의 비중은 줄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실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자력 분야에 지출된 정부 예산규모는 꾸준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전 적자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탓이라고?>(6월 16일 신동윤 기자)에서 "한전 영업 실적은 국제 유가 추세와 반비례 관계"인데,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정비 등을 문제로 가동 중단됐던) 2018년을 제외하고는 (원자력 발전이) 계속 오르는 추세"였던 문재인 정부 때문에 한전 최대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한전이) 올해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금액이 전년도 동기 대비 훨씬 많아진 게 확인"된다며 "화석연료 의존을 많이 하는 국내 전력 구조에서, 국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가, 가스, 석탄 등 원료비가 급증"하면서 한전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원전을 '바보 같은 짓'이라 한 윤 대통령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친 짓', '망국적 범죄', '정책 실패의 덩어리' 등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사설과 칼럼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탈원전이 세계 추세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뉴스톱 <에너지전환 팩트체크/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2021년 10월 25일 김준일 팩트체커)는 신규 원전 증가세가 대폭 둔화하고 있으며, 주요국의 전력생산 원전 비중은 중국·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를 빼고 대부분 감소추세라고 확인했습니다.
문화일보와 매일경제, 동아일보는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느라 정작 보도의 기본인 사실확인을 소홀히 했습니다. 탈원전과 같이 찬반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보도해야 합니다.
'원자력안전위 탓에 원전이용률 낮다'고?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보도하지 않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에 동조하는 바람에 원전이용률이 낮아졌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문화일보는 <포럼/탈원전 '손실 20조' 책임 물어야 한다>(6월 23일 주한규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원전이용률이 낮았던 것은 탈원전 기조에 동조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에 미온적이었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일보 <사설/독일 원전 3기 수명 연장 검토…원전 최강국 복원 서둘러라>(6월 24일)는 "이념에 매몰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동아일보 <기고/"정당한 이유 없이 원전 수리 막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디언 기우제'>(6월 29일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는 "지난 정부 시절 원안위는 온갖 구실로 원전의 가동과 준공을 지연시킴으로써 탈원전정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보도는 이미 수개월 전 나왔습니다. 한겨레는 <뉴스AS/원전 이용·가동률 떨어진 게 원자력안전위 탓?>(3월 28일 김정수 기자)에서 "원전의 이용률·가동률을 좌우하는 것은 원안위가 아니라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인데,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여러 원전에서 가짜부품,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과 철판 부식 등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견,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재인 정부 기간) 이용률·가동률도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뉴스타파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에서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6월 22일~6월 2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기사 중 탈원전 관련 보도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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