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부채와의 전쟁 치열하게 치뤘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뤘다는 느낌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이임사를 통해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지난해 8월 초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 폭증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당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가계부채 급증 차단 등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 임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부터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당시 고민이 많았다. 부채 관리가 일반 국민들에게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하지만 당장의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고 위원장이 취임 당시 9.5%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최근 3%대로 떨어졌다.

그는 "우리는 민간부채 급증에 한발 빠르게 대응을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적으로 버블이 쌓이는 것을 막고 거품 붕괴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금융위가 일정부분 선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37년5개월간 공직생활 동안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고 특히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면서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 위원장은 "현재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새 위원장님과 함께 금융위 직원 여러분이 소명을 흔들림 없이 다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