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책 뒤집은 정부 "원전 30% 이상, 신한울 3·4호기 재개"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 발전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공식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의결·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앞서 국정과제, 공청회 등에서 예고한 대로 '탈(脫)원전 정책 폐기'다. 문재인 정부가 확정한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유지하되, 원전 비중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에너지 믹스'를 새로 짜겠다는 것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번 에너지 정책 방향은 지난 정부 정책을 공식 대체하는 로드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27.4%인 원전 비중을 2030년엔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원전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재 건설 중인 원전 4기를 제때 준공하기로 했다. 신한울 1호기는 올해 하반기, 2호기는 내년 하반기 준공이 예정돼 있다. 신고리 5ㆍ6호기는 각각 2024년 상반기, 2025년 상반기 공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정책 방향에 담긴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23.3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은 2030년 28.9GW로 늘어난다. 당초 NDC 상으로는 8년 뒤 20.4GW로 줄어야 하지만, 이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원전기수도 24기에서 18기로 줄이는 기존 계획을 바꿔 28기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원전 확대에 집중하는 건 탈(脫)탄소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무탄소 전원"이라면서 "원전 확대는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NDC는 그대로 이행하고, 전기요금 인상도 억제하는 등의 여러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도 확정했다. 올해 설계 분야에 들어갈 일감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등의 향후 절차를 감안하면 2030년 전에 활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유 교수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 4기와 달리 신한울 3·4호기는 빨라야 2032~33년 전력 체계에 들어올 것으로 보여 NDC엔 기여하기 어렵다. 그래도 향후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원전 산업 육성에도 힘을 싣는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이 신설된다. 독자적인 SMR(소형모듈원전) 노형 개발에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반면 문 정부 때 확대 드라이브를 걸었던 재생에너지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목표 설정이 현실보다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박일준 산업부 2차관)면서 태양광, 풍력 등의 적정 비중을 새로 도출하기로 했다. 시설 입지도 산업단지 공장·창고, 고속도로 잔여지처럼 주민 수용성 높고 경관 문제가 적은 유휴 부지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석탄 발전은 노후 발전소를 LNG(액화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전력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한 '신중 감축'에 방점을 찍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확대-재생에너지 축소'라는 공식이 현실화됐다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하향은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수출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법적 근거 없는 정책 방향 발표로 조기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 수소·재생에너지 활용으로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지난해 81.8%에서 2030년 60%대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석탄, LNG 등의 구체적인 발전 비중과 NDC 이행 방안 등은 올 4분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년 3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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