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끄는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취득세 부담 적지만 다시 팔 땐 '글쎄'

2022. 7. 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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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얼마나 달렸을까. 안성IC를 돌아 서동대로로 빠져나오면 한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띈다. 바로 안성 주은풍림(2615가구) 아파트다. 요즘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지 중 하나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이 단지가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라는 점 때문. 올해 4월까지만 무려 112건이 거래됐으며 최근에도 매수 문의가 여전하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도읍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도읍은 행정구역상 안성이지만 생활권은 사실상 평택에 가깝다”며 “주은풍림 아파트는 경부고속도로 접근이 쉬우면서도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단지”라고 말한다.

한동안 주춤했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전세가율이 높아 실제 투자 금액이 적은 데다 다주택자 취득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틈새 투자처로 꼽혔다. 특히 2020년 7·10 대책 발표 후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 조치를 적용받지 않아 2020년 하반기부터 소위 ‘투기 광풍’이 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단속에 나서면서 잠시 거래가 뜸했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가 주택의 경우 처분이 쉽지 않고 세법 관련 셈이 생각보다 복잡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충남 아산시 ‘배방삼정그린코아(총 2156가구)’는 비규제지역에 위치한 데다 가구별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이라 갭투자처로 인기를 끈다. (윤관식 기자)
▶귀하신 몸 ‘공시가 1억’ 미만 주택

▷비규제지역 중심으로 법인 매수 늘어나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에서 매매 거래량 상위 5개 아파트 중 4곳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가 있는 아파트 단지로 나타났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있는 ‘주은청설’이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총 129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져 1위를 기록했다. 1월 거래량은 17건에 불과했으나 4월 들며 53건이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총 3개 타입(전용면적 57·71·79㎡)이 있는데 지난해까지는 모든 면적이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이었고 올해는 전용 79㎡가 1억원을 넘겼다. 이 단지는 저가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에만 전체 가구 수(2295가구) 4분의 1에 달하는 558건이 거래됐다.

주은풍림은 올해 1~4월 112건 거래돼 2위를 기록했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현대전자사원(1110가구)은 76건, 평택시 세교동 부영(1590가구)은 67건 거래되며 뒤를 이었다. 해당 단지들은 모두 1월 대비 4월 거래량이 적게는 80%, 많게는 300% 넘게 늘었다. 3월 대선 이후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매물은 ‘마이너스 갭투자(역전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은풍림 전용 49㎡는 지난 4월 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물건은 5월 같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인근에 위치한 송정그린빌 전용 84㎡는 매매 가격(2억원)보다 전셋값(2억1000만원)이 더 비싼 가격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수도권뿐 아니다. 전국으로 눈을 돌려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전라북도 군산이다. 군산 나운동 롯데아파트 전용 74㎡는 최근 1억5350만원에 실거래됐다. 5월과 비교해 약 4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나운동 한울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5월 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4월 실거래가(9600만원)가 1억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한 달 사이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전라북도 전주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전주 완산구 평화동오네뜨 전용 84㎡의 경우 지난 5월 2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4월 실거래가(1억9800만원)와 비교하면 단숨에 1억원 가까이 뛰었다.

통계적으로 살펴봐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 들어 0.31%(6월 둘째 주 기준) 하락했다. 지난 5월 9일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이 모여 있는 평택과 안성이다. 안성은 올해 아파트값이 1.75% 상승했으며 평택 역시 1.12% 올랐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전라북도 군산(2.5%)이나 남원(2.38%), 익산(2.28%)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각종 세금 이슈로 인기 있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골칫거리 될 수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세금 문제와 관련 깊다. 지금까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대부분 입지가 좋지 않거나 노후화가 심해 그동안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에게도 찬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020년 7·10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대책으로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는 기존 1~3%에서 최대 12%까지 높였지만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 상관없이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시장 침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해 1.1%만 내면 되고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때부터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한 매수가 급증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이유는 또 있다. 7·10 대책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20~30%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나 경기·세종의 읍·면이거나, 광역시라도 군 단위 지역이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서 제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비조정대상지역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뿐 아니라 3억원 이하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집중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득세가 기본세율로 저렴하고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이런 혜택이 있는 매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수세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매수가 다시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6월 21일 발표한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에 따르면 1주택자가 수도권과 특별시, 광역시(군 지역 제외) 외 지역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을 1채까지 추가로 보유해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

그럼 앞으로도 저가 아파트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 전망은 부정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저가 아파트 인기는 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빚은 일시적 풍선효과로 바라본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거나 바뀌면 수요가 끊겨 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위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세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세입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수도권 전반적으로 전세 가격이 하락했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안성(2.09%)이나 평택(2.57%) 아파트 전세 가격은 급등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의 투기 행위를 조사했지만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더욱 세밀하고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6호 (2022.07.06~2022.07.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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