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민간협 첫발..피해자측 "日전범기업에 직접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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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피해자 협상이 순리"
이날 협의회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단체, 법률 대리인, 학계 전문가, 언론ㆍ경제계 인사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 차관은 회의에서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 있다"며 "대화와 소통의 자리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피해자 측 장완익·임재성 변호사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회의 석상과 직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일본 가해 기업과 직접 협상하는 게 순리"라며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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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측면서 피해자 좌절감 이해"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소송이) 민사 소송이라는 점에서 '당사자 간에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건 소송 대리인들이 계속 견지했던 입장"이라며 "당사자 간 대화라는 측면에서 (피해자들의) 좌절감이 있었다는 건 충분히 저희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원고와 피고가 만나서 화해 프로세스를 거치고 싶다는 뜻이고, 여기에 외교부의 역할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이어 같은 해 11월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 위배된다며 판결을 부정하고 ,배상을 거부해왔다. 판결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자산 압류 결정문 등도 일본 피고 기업들이 수령을 거부해 공시 송달됐다. 그간 피해자와 기업 간 대화는 사실상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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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재판 가자" 의견도
이날 회의에선 "강제징용 문제를 국제 재판의 장으로 옮겨 제3자의 손에 맡기는 것은 어떠냐는 아이디어도 상당히 강도 높게 제기됐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나 제3국 중재위원회로 가는 방안 등이다. 다만 이 당국자는 "국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일본과 교섭하는 외교적 해법이 우선해야지, 곧바로 중재 재판으로 가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반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피해자 측은 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조성한 300억원의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대위변제하는 방안이 언론에 지난달 보도된 데 대해서 "피해자 대리인과 지원단은 정부로부터 전혀 고지 받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민관협의회가) 이미 확정된 안에 민간 전문가와 피해자 측 의사 확인 등 포장을 씌우기 위한 절차에 불과한 게 아닌지 의심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전에 정한 방안을 사후 추인하는 절차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조 차관은 "해당 언론 보도는 한국 정부의 안이 아니다"라고 회의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일본과 (강제징용 관련) 구체적 안을 갖고 협상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어떤 방안을 갖고 협의회를 요식 행위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강조했다.
민관협의회는 이달 중 한두 차례 더 개최한 뒤 다음달 중 한 차례 추가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참석자의 구성도 회의마다 바뀔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 징용 관련 논의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회의 참석자들이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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