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대상자 스마트 워치 신고 10건 중 6건 '오인신고'
올해만 4명.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죽었다. 모두 '교제살인' 이다. 이들에게는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스마트 워치가 지급됐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변보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가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 경찰에 신고한 사례 중 '오인신고'가 10건 중 6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의 스마트 워치를 통한 신고 접수는 총 1286건이었다. 이중 오인신고가 795건으로 전체의 61.8%에 달했다. 신변보호 대상자의 전체 신고 건수 대비 오인신고율이 32.18%(3231건 접수 중 오인신고 1040건)인 것을 감안했을 때, 스마트 워치를 통한 오인신고가 전체 평균보다 2배가량 많은 셈이다.
▲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중 신고한 건수 및 경찰의 처리 결과> 경찰청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
ⓒ 이은주 의원실(경찰청 제공) |
이 같은 오인신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잘못 누른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 워치가 나도 모르게 눌리는 경우가 있다"며 "착용 대상자에게 사용법 등에 대해 설명 하지만 기계이다 보니 오인신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전 조치 대상의 스마트 워치 신고가 접수되면 '코드 0'이 발동돼 총력 대응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즉 5개월 동안 795건의 오인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에만 5번 이상 '총력 체제'가 가동됐다는 뜻이다. 스마트 워치 확대 보급 방침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스마트 워치만 주면 24시간 신변보호 할 수 있는 거처럼 홍보하고, 폭탄만 일선 현장에 전가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
ⓒ 연합뉴스 |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신변보호와 관련된 경찰의 치안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2021년 12월 기자간담회)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신변보호 승인 건수는 2만 4810건으로 경찰서 1곳당 96.5건(전국 257개 경찰서 기준)을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신변보호 관련 경찰의 또 다른 고충으로 얘기한 것이 '잠정조치 4호'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적용하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가 가능한데, 이 과정 자체가 매우 지난하다는 것이다. 잠정조치는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결정하는 구조다.
'김병찬 사건' 이후 경찰은 "잠정조치 제4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를 적극 활용해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격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의 잠정조치 4호 결정률은 50%를 밑도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신고 당한 김병찬은 보복을 위해 재차 찾아가 흉기로 찔러 결국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었다. 피해자는 교제살인을 당하기 전, 경찰에 김병찬의 스토킹을 네 차례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를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하고 김병찬에게 잠정조치 1~3호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끝내 죽음을 막지 못했고, 김병찬에게 잠정조치 4호(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처분을 내렸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잠정조치 4호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법원의 4호 결정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인 것이다.
경찰청이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경찰이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한 것은 총 141건이다. 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68건에 그쳐 법원의 잠정조치 4호 결정률은 48.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3·4호 동시 신청은 9건 신청 중 3건 결정(33.3%), 2·4호 동시 적용은 6건 중 4건 결정(66.6%), 2·3·4호 동시 적용은 330건 신청 중 135건(40.9%)이 법원에서 결정됐다. 이와 달리 2호 단독 신청은 결정률이 81%(231건 신청 중 187건), 3호 단독 신청은 91.4%(81건 신청 중 74건), 2·3호 동시 신청은 92%(2897건 신청 중 2665건)의 결정률을 보여 대조적이다.
종합적으로, 4호가 포함된 잠정조치 결정률은 43.2%(486건 신청 중 210건)인 반면 나머지 잠정조치 결정률은 91%(3209건 신청 중 292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잠정조치를 위반해도 과태료 부과에 그쳐, 잠정조치 1~3호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잠정조치 4호는 최대 1개월 동안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데 법원은 경찰의 잠정조치 4호 신청을 절반 이상 반려한 것이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잠정조치 4호는 위험성이나 범죄 혐의가 어느정도 구성돼야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며 "(경찰이) 검사를 통해 (잠정조치 등) 신청을 하면 검사가 판사에 청구를 해 어떤 경우에는 일주일이 걸린다. 결정 전까지 (가해자가) 접근을 하더라도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한계'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청장은 "경찰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현장에 출동해 분리 제지를 하기 위해 긴급응급조치를 하더라도 불응하면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다. 현장에서 바로 실효적으로 (가해자를) 분리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없다"며 "법률과 제도, 인력이나 예산 시스템이 동시에 검토돼 획기적으로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월 잠정조치 4호를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검찰 출신인 한동훈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와의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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